자위대 간부들에 훈시…”21세기 국제정세에 걸맞은 입지 추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주권에 대한 잇단 도발을 외면할 수 없다”며 “미일 안보체제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층 더 (군사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이치가야의 방위성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48회 자위대 고급간부회동때 행한 훈시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권에 대한 도발’은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1주년(11일)을 즈음해 빈번해지고 있는 중국 정부 선박의 센카쿠 주변 진입과 영유권 주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명분론으로 일관하며 현장의 자위대원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현실을 직시하면서 안보 정책의 재수립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국가안보전략 수립, 장기 방위정책을 담은 ‘방위대강’의 수정, 센카쿠가 있는 남서지역의 방위력 강화 등을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담당하는 안보법제간담회의 논의를 심화시켜 “21세기 국제정세에 맞는 우리나라의 입지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일본 헌법의 평화주의를 앞으로도 견지할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 미래의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 뒤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며 군사적 영향력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할 국제 안보현안의 예로 일본 원유수입로의 길목에 해당하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 경비 활동을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또 “현재 국제적인 힘의 균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그 변화가 가장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이 아시아 지역”이라며 “우리는 국제정세를 꿰뚫어보며 일본이 해야할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법의 지배와 바다의 자유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안보 측면에서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섬 영유권 문제로 갈등 중인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훈시를 통해 “일본 주변에는 각국의 군사활동 확대가 현저하다”고 지적한 뒤 “특히 중국은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군사력 근대화를 진행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중국 위협론을 강조했다.
일본 총리는 매년 자위대 고급간부회동에 참석, 방위 정책의 기조를 담은 훈시를 해왔다.
이날 고급간부회동에는 자위대 간부 100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회동에 앞서 아베 총리는 오노데라 방위상과 함께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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