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그리워”…日스가, 답변능력 부족에 여당내 위기감 고조

“아베가 그리워”…日스가, 답변능력 부족에 여당내 위기감 고조

김태균 기자
입력 2020-11-05 14:54
업데이트 2020-11-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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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효과’를 ‘효실온과‘로 잘못 발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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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일본에서 새로 취임한 총리가 극복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데뷔전 관문은 첫 국회 예산위원회 질의다. 야당은 NHK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예산위 질의에서 조금이라도 더 총리에게 타격을 가해 내각 지지율을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쓴다. 총리는 어떻게든 이를 방어해 최소한 “선전했다”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 관문에서 역대 총리들이 이전에 비해 지지율을 평균 7% 정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지난 2일과 4일 예산위 회의를 통해 야당과 첫 진검승부를 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성적은 어떨까.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질의 답변과정에서 여당에는 불안감을, 야당에게는 만족감을 준 것으로 요약할수 있을 듯하다.

마이니치는 “일문일답 형식이어서 임기응변에 능한 답변이 요구됐지만, 스가 총리의 말실수나 동일답변 반복 등으로 심의가 정체되는 장면도 있었다”며 “큰 실수는 없었다 해도 앞으로도 계속 야당의 질문 공세를 극복할수 있을지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학술회의 회원 후보 6명 임명 거부’ 파문과 관련해서는 “인사에 관한 사안으로 대답을 삼가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야당 측에서는 “총리의 답변 거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고장난 레코드 같은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말씀을 하시는 편이 좋겠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을 무력화시키는 답변 능력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나름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7년 8개월간 정권을 잡았던 그는 장황하게 자기주장을 늘어놓거나 정면대응을 피하는 등 수법으로 야당의 예봉을 꺾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답변능력이 약한 장관을 대신해 본인이 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예산위에서는 정반대로 총리를 대신해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대신 답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총리 비서관이 총리의 옆에 붙어 답변서를 전달하는 모습도 여러차례 연출됐다.

답변 도중 발음이 꼬이는 때도 있었다. 자신이 2050년까지 배출량을 ‘실질제로(0)’로 하겠다고 밝혔던 ‘온실효과가스’를 ‘효실온과가스’로 잘못 말한 경우 등이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 시절 관방장관으로서 매일 2차례 기자 회견을 하는 동안 ‘철벽방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는 사실상 실무직원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는 수준에 불과해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6년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권 출범 후 첫 예산위가 끝난 뒤 내각 지지율이 역대로 평균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야당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데 실패해 왔다는 얘기다. 내각 지지율이 첫 예산위 답변 이후 19.3%포인트나 떨어진 경우(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있었다.

스가 총리의 답변능력에 대해 집권 자민당 안에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향후 질의에서도 어려움이 계속될 경우 내각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자민당 간사장 경험자는 니혼게이자이에 “예산위부터 정권의 본게임이다. 지지율 하락이 계속된다면 내년 초 중의원 해산·총선거라는 선택지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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