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만화경]뚱뚱해도, 행복하다/ 영화 ‘헤어드레서’

이용철의만화경]뚱뚱해도, 행복하다/ 영화 ‘헤어드레서’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1-07-07 00:00
업데이트 2011-07-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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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티(?사진?)의 남편은 부인 몰래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남편과 결별한 그는 딸을 데리고 고향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당장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취업센터를 찾은 카티는 미용실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어릴 적부터 미용사를 꿈꾼 그는 기대에 부풀지만, 미용실 원장은 뚱뚱하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분이 상한 카티는 직접 미용실을 차리기로 한다. 문제는 창업 자금. 이동식 미용실을 차려 푼돈을 모으고, 불법 이민자를 밀입국시키는 일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서툰 시도가 낭패를 거듭할수록 미용실 창업의 꿈도 점차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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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개봉하는 ‘헤어드레서’(Die Friseuse)는 ‘내 남자의 유통기한’(2005)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을 잇는 도리스 되리의 신작이다. 되리의 근작들이 ‘영화제 소개-소규모 개봉-홈비디오 출시’를 통해 꾸준히 선보인 건 사실 의외다. 그의 작품은 근래 주목받는 독일영화의 새로운 경향과 거리가 멀며, 독일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또한 아니다.

 아마 동양인이 보기에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 내용이 그녀의 영화를 소개하도록 이끄는 첫째 요인일 것이다. 일본 문화에 심취한 그이기에 영화 곳곳에서 동양적 체취가 풍겨오거니와 줄곧 가족, 노인, 여성을 주제로 삼는 점도 친근감을 유발한다.

 여성영화로서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온건한 시선으로 여성의 지위와 현실에 관심을 두는 되리의 영화는 여타 여성영화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러한 장점들이 ‘헤어드레서’ 전체에 배어 있다. 애정이 식어버린 남편, 엄마를 창피하다고 여기는 딸, 뚱뚱하다고 하대하는 사람들이 한 여자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가운데, 카티는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통일 독일이 남긴 과제, 월경하는 이주민이 가져오는 문제 같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병행해 다루고 있으나, ‘헤어드레서’는 가족애와 선한 삶을 지키려는 태도를 영화의 중심에 둔다. 내내 경쾌한 걸음을 유지하는 끝에 개운한 웃음을 남겨두는 작품이다.

 거대한 것을 동경하고 그것을 근거로 결속되는 시대다. 모두 거대한 자본과 이윤과 재산을 탐하고, 역으로 그것에 지배당한다. 카티는 그런 시대가 낳은 모순에 직면한 존재다. 어마어마한 소비의 바람이 그의 비대한 몸을 잉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거대한 몸을 차별한다. 만약 현실에 저항하기만 했다면 카티는 주변 사람들처럼 불행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쪽을 택한다. 그 바탕에는 그가 행복감을 지속하도록 돕는 에너지가 있다. 불행을 이기고 행복을 느끼자면 힘이 필요한 법이다.

 ‘헤어드레서’는 카티가 한 고객에게 과거의 불행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처음엔 우중충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던 고객은 마침내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카티의 미용 솜씨에 탄복하고 그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전달받은 결과다.

 카티는 독일의 위대한 철학이 행복하자고 시작된 게 아니냐고 묻는다. 찡그린 얼굴로 고민하기보다 웃으며 살자는 거다. 혹자는 대책 없이 미성숙한 태도라고 흉볼지 모르지만, 적어도 카티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헤어드레서’는 그녀의 행복한 마음을 닮은 영화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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