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한 상 가득? 전통 아니었다…조선 선비는 5가지뿐

차례상 한 상 가득? 전통 아니었다…조선 선비는 5가지뿐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6-02-16 10:44
수정 2026-02-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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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퇴계 이황 종가 차례 상차림.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 퇴계 이황 종가 차례 상차림.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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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소재 광산김씨 김언기 종가 차례 상차림.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 소재 광산김씨 김언기 종가 차례 상차림.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설 명절을 앞두고 경북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이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를 구분한 전통 상차림 예법을 정리해 공개했다. 지금처럼 20~30가지 음식을 올리는 성대한 차례상은 전통이라기보다 후대에 형성된 관행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의 기원은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51년 편찬된 ‘고려사’에는 불교식 차례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에는 차례상에 차(茶)를 올렸지만, 조선이 유교를 국교로 삼고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펼치면서 차 대신 술을 올리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 관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이 유교식 가정의례서 ‘주자가례(朱子家禮)’와 종가 고문서, 조선시대 일기류 등을 분석한 결과, 차례는 ‘예(禮)’에 해당하는 간소한 의식이었다. 술과 과일, 떡 등 최소한의 음식만 올리는 예식으로 기록돼 있으며, 음식의 종류나 가짓수, 배열을 엄격히 정한 규정도 따로 없었다.

현재 통상 20~30가지에 이르는 상차림은 시간이 흐르며 덧붙여진 관행에 가깝다. 조선 중기 성리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퇴계는 제사와 차례에서 ‘주자가례’를 따랐고, 그의 상차림은 술·밥·국·적·포·과일 등 5~6가지에 그쳤다. 퇴계 문집과 제자들의 기록에는 “음식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정성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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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반 가정집 명절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현대 일반 가정집 명절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현대 들어 차례와 제사가 혼용되면서 상차림이 점차 대형화됐다고 분석했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다 보니 음식 준비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차례상이 제사상보다 더 성대해졌다는 것이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차례의 본래 의미에 맞게 대추·밤·탕 등 의례용 제물은 줄이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 중심으로 상차림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4% 넘게 상승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 결과, 6~7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 구매 비용은 23만3782원, 대형마트는 27만1228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 4.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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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차례는 성대한 상차림이 아니라 예를 갖추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전통에 가깝게 간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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