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울음 어우러진 무대 2시간 남짓 이어져…남북 가수 5곡 함께 열창
북측 가수와 열창하는 정인과 알리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정인과 알리가 북측 가수와 열창하고 있다. 2018.4.3
평양공연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평양공연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 ‘남북 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에서 ‘오르막길’을 노래한 정인에 이어 등장한 알리는 이렇게 말하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무대에는 북측 가수 김옥주와 송옥이 올라왔고, 네 사람은 블루스풍으로 편곡된 노래 ‘얼굴’을 함께 불렀다. 마지막 소절인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에서는 네 명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평양에서 15년 만에 열린 남북 예술인들의 합동공연은 제목처럼 남과 북이 둘이지만 예술인들은 하나가 된 무대였다. 가수들은 물론 1만2천여 명의 관객들도 때로는 환하게 웃고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며 2시간 남짓 이어진 공연을 즐겼다.
공동사회를 맡은 서현이 “뜨겁게 환영해주는 평양 시민에게 감사하다”고 운을 떼자 북측 방송원(아나운서) 최효성은 “남녘의 예술인들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우리는 하나”라는 말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지난 1일 공연 ‘봄이 온다’와 비슷하게 진행되던 공연은 정인, 알리, 김옥주, 송옥의 합창에 이어 서현이 북한에서 인기 있는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자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서현은 목감기에 심하게 걸렸음에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했고 관객들은 미소를 지으며 가사를 읊조리고 박수를 치는 등 열띤 반응을 보였다.
한껏 달아올랐던 공연장은 레드벨벳에 이어 강산에가 충청도 출신으로 함경도로 시집갔다가 한국전쟁 때 월남한 자신의 어머니를 소재로 만든 곡 ‘라구요’를 부르자 숙연해졌다. 강산에는 중간쯤부터 눈시울을 붉혔고 목소리도 잠겼다.
그는 ‘라구요’를 부른 뒤 “뭉클하다”며 소감을 밝히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흐느꼈고, 이에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최진희가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노래한 뒤에는 다시 남북 합동무대가 펼쳐졌다. 이선희와 김옥주가 ‘J에게’를 손을 맞잡고 열창하자 관객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호응했다.
이선희는 “16년 전에 평양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 소중한 추억”이라며 “여러분 앞에서 섰으니 또 다른 추억이 생겼다. (남북이) 더 많은 기억을 남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2년 평양공연의 또 다른 출연 가수였던 윤도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관심을 나타낸 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관객에게 선사한 뒤 “다음에 우리가 올 때는 16년이 또 걸리지 않으면 좋겠다”며 “YB밴드와 삼지연관현악단이 세계를 돌며 합동공연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왕 조용필의 ‘친구여’와 ‘모나리자’ 무대에 이어 “문화로 소통한 순간.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 순간이 역사가 되고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집니다.”라는 자막이 뜬 다음에는 남북 예술인들이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 ‘우리의 소원’을 함께 노래했다.
남과 북이 한목소리로 부른 다섯 번째 곡이자 현송월 단장이 웅장하고도 강렬한 느낌으로 편곡한 ‘다시 만납시다’가 울려 퍼진 뒤에는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10분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짧은 준비 시간에도 훌륭한 무대를 펼친 가수들도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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