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공연서 27곡 중 5곡 함께 꾸며…이선희·알리-정인, 북한 가수와 듀엣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이선희가 북측 가수와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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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 공연에서 가수들은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한목소리로 하모니를 이뤘다. 강산에와 서현 등 우리 가수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뭉클한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공연은 우리 예술단의 두 번째 공연이자 남북 합동 무대로 ‘우리는 하나’란 타이틀로 막이 올랐다.
제목처럼 우리 예술단과 지난 2월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한 삼지연관현악단의 협연으로 이뤄져 선곡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정인과 알리는 남한 공연에 참여했던 김옥주, 송영과 함께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하는 ‘얼굴’을 함께 불렀다. 1절은 남북 가수들이 한 소절씩 부르다가 네 가수가 함께 화음을 맞춰 손을 잡고 노래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 최효성과 공동 MC를 맡은 서현은 “이 무대를 보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특히 김옥주, 송영 씨는 강릉과 서울에서 열린 공연에서 남측에도 큰 인상을 주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또 한 번 아름다운 화음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가수들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레퍼토리로 각자의 무대도 꾸몄다.
이선희가 ‘아름다운 강산’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노래할 때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선희는 “16년 전에 이곳에서 노래를 불러드리고, 노래한 지는 이제 35년이 돼 간다”며 “노래하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16년 전에 평양에서 노래를 불렀던 게 소중한 추억 중 가장 크다. 이 추억은 또 다른 것으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 방북인 최진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인 ‘사랑의 미로’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첫날 공연에서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현이와덕이의 ‘뒤늦은 후회’를 노래했다.
최진희는 “2002년에 오고 16년 만에 왔다. 정말 많이 오고 싶었다”며 “또다시 평양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다시 기다리고 있겠다”고 인사했다.
YB도 첫 공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편곡이 새롭다고 관심을 보인 록 버전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흥겨운 사운드로 들려줬다. 또 ‘처음에 우리는 하나였어~’로 시작하는 통일 염원곡 ‘1178’을 선사했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 1천178㎞를 뜻한다.
외할머니가 이산가족인 YB의 보컬 윤도현은 “‘1178’은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우리의 손으로 통일을 만들자는 뜻이 담겼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삼지연관현악단이 정말 훌륭한데, YB와 합동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산에도 ‘라구요’와 첫 공연 때 부르지 않았던 자신의 대표곡 ‘넌 할 수 있어’를 선보였다.
부모가 실향민인 강산에는 ‘라구요’를 부른 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뭉클하다. 가슴 벅찬 이 자리. 왔을 때부터 많은 분이…”라고 말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이자 한동안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내내 누르고 있었는데 한번 터지면 안 멈추더라. 고맙다.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디바 3인방도 첫 공연 때 부른 곡을 다시 노래했다. 정인은 ‘오르막길’을, 알리는 ‘펑펑’을 불렀으며,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들려줬다.
목 상태가 좋지 않았던 서현도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다시 선사했고, 유일한 아이돌 그룹인 레드벨벳은 ‘빨간 맛’을 화려한 퍼포먼스로 선보였지만 관객들은 다소 낯선 표정을 지었다.
북측 최효성 진행자는 서현에 대해 “서현 씨가 우리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잘 불러서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용필은 자신의 밴드 위대한탄생과 함께 ‘친구여’와 ‘모나리자’를 선곡했다. 첫날 공연에서는 ‘꿈’과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메들리로 선보였으나 이날은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모나리자’를 불렀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약 10분간 메들리 형식으로 ‘찔레꽃’, ‘눈물 젖은 두만강’, ‘아리랑 고개’, ‘작별’, ‘락화류수’, ‘동무생각’ 등을 들려줬다. 악단의 힘찬 행진곡풍 연주에 맞춰 김주향, 김성심, 송영 등 다섯 가수가 함께 노래를 선사했다.
마지막 무대 3곡은 남북 가수들의 합창으로 꾸며졌다.
남북의 여성 출연진이 위대한탄생과 삼지연관현악단의 협연에 맞춰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전체 출연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했다. ‘다시 만납시다’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편곡 버전으로 불렸다.
서현은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다가 북한 가수 김주향을 마주 보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북한 가수 김성심은 우리 취재진에 “남북이 함께 하게 돼 감격스럽고,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 공연이 열리면 오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그러면 좋죠”라고 웃음지었다.
이날 남북 가수들은 총 27곡을 들려줬으며 그중 5곡을 함께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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