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에 영향 주는 건 대통령보다 시장

내 일상에 영향 주는 건 대통령보다 시장

입력 2014-05-24 00:00
수정 2014-05-2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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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 문제에 무력한 국민국가 대신 ‘열린 도시’의 가능성을 역설하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벤자민 R 바버 지음/조은경·최은정 옮김/21세기북스/584쪽/2만 8000원

시장이 세상을 통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도시의 서사적 역사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다. 민주주의 요람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폴리스에서 인류는 정치와 문명을 향해 행진했다. 그러하기에 도시는 가장 오래 지속된 사회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도시 폴리스는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문명을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찾았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면서 배우고, 사랑하고, 일하고, 잠자고, 기도하고, 놀고, 성장하고, 먹고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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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뜨는 도시 지는 국가’는 이제 코스모폴리스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전 지구적 시장회의’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직면한 지구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국민국가는 한계에 이르렀으며 그 대안이 바로 ‘도시 중심의 거버넌스’라고 말한다. 국가에서 도시로, 독립에서 상호의존으로, 이념에서 문제해결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국민국가는 국민들이 의미 있는 참여를 하기엔 너무 크고 전 지구적 문제와 도전에 힘을 행사하기엔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은 대통령이나 총리와 확실히 다르다는 논리를 편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념이 있어야 하고 거대담론과 이론에 능해야 하며 정당의 일원이어야 한다. 반면 시장은 실용주의자이며 문제 해결자라는 것이다. 하수관을 고치고 전철을 운행하는 등 실질적인 일을 처리하기에 우파, 좌파 구분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거들먹거리며 원칙에 대해 말할 때 시장들은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시정치는 국가의 이념적 정치와 판이하게 다르다고 설명한다. 조약보다 교통을, 원칙보다 도로에 파인 곳을, 전쟁보다는 쓰레기 처리와 관리에 신경을 쓴다는 것.

다시 말해 문제를 고치고 해결하는 것이 도시의 정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도시는 다문화적이며, 열려 있고, 참여적이며 협력적이다. 책에서는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이 다룬다. 우리의 생존과 행복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즉 도시가 지구를 경영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1세기 국가는 여러 가지로 직면한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도시야말로 민주주의 최고의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4-05-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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