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를 빛낸 장훈·역도산… 그 뒤엔 수많은 ‘재일 한인’

한국 스포츠를 빛낸 장훈·역도산… 그 뒤엔 수많은 ‘재일 한인’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7-07 02:09
업데이트 2023-07-0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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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코리안 스포츠 영웅 열전/오시마 히로시 지음/우임하·조은애 옮김/연립서가/476쪽/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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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역도산, 김성근, 김채화, 조영순, 이팔용, 장명부, 박계조, 추성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 재일 한인(책에서는 재일 코리안이라고 부른다)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했던 스포츠 영웅들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인들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에게 차별받고 광복 후에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반(半)쪽발이’로 조롱받았다. 운동을 하면서도 양쪽에 모두 치였지만 악착같은 끈기와 애국심으로 한국 스포츠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사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헌신한 것은 재일 한인 모두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보름 전에 개막한 1948년 런던올림픽에 한국 대표팀이 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재일 한인들 덕분이다. 제대로 된 항공편을 구할 수 없어 일본을 경유해야 했던 선수단을 위해 재일 한인들은 환영 준비위원회를 꾸려 김치와 선물을 안겨 줬고 64만엔이 넘는 거액의 찬조금과 운동기구를 전달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헬싱키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고가 역사의 작은 귀퉁이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다.

저자는 메이지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한국어를 연수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 스포츠 관련 글을 계속 쓰고 있는 자유기고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에 있어 재일 한인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으며 한일 스포츠사에서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한일 스포츠 역사에서 공백이었던 재일 한인이 이제는 한일 스포츠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숨겨진 재일 한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은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점,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우리 아닌 ‘이방인’에 대한 차별 의식과 소위 ‘이기는 게 장땡’이라는 승리 지상주의가 여전하다는 점이 남아 입맛이 쓰다.
유용하 기자
2023-07-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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