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캠프 출신 지자체 장악
‘만사송통.’요즘 제주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불거진 ‘만사형통’에 빗댄 이 말이 자주 회자된다. 원희룡 지사 부인의 인척인 송모 교수가 인사 등을 좌우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그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여기에다 ‘송일교’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송 교수와 제주일고, 교회 인맥이 제주도 인사를 휘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원 지사는 제주일고 출신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6·4지방선거 당선자 취임 이후 해당 자치단체의 핵심 고위직에서 산하기관에까지 광범위하게 선거캠프 출신 등 실세들이 포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장이 바뀌거나 새 임기가 시작되면서 새롭게 들어온 실세들이 지방정부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인천시와 대전시는 시장 측근이 정무부시장에 임명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서울시, 대구시 등 많은 광역단체에서는 정책, 홍보 등 보좌관 자리를 만들어 측근들을 진입시키고 있다. 경남도는 정무부지사, 정무조정실장, 비서실장 등 도정의 핵심 라인이 모두 홍준표 지사의 선거캠프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들 시·도지사 측근들은 연구기관, 체육단체, 보조금 지원 사회단체까지 가리지 않고 자리를 꿰찬 뒤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기초단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충북 청주시는 심각하다. 이승훈 시장은 취임 직후 정책보좌관제를 신설해 고모씨를 임명했다. 고씨는 이 시장의 정치적 멘토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이다. 또 체육회 상임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정 의원 보좌관 출신을 기용했다. 단체장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국회의원이 지자체 실세인 셈이다. 시체육회 등 3개 체육단체 사무국장도 모두 이 시장 선거캠프 출신들로 교체됐다. 심지어 청주시는 지난 9월 청원경찰을 공채하면서 이 시장 선거캠프 운전사 출신을 24대1의 경쟁을 뚫고 합격시켰다.
전국종합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4-12-13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