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미래 암울한 ‘4無 세대’ 베이비부머의 희망찾기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미래 암울한 ‘4無 세대’ 베이비부머의 희망찾기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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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친구·할 일·갈 곳 없음

제2직업으로 숲생태 해설가를 선택한 베이비부머들이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수업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제2직업으로 숲생태 해설가를 선택한 베이비부머들이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수업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고, 함께 놀 친구가 없고, 벌어놓은 돈이 없는 4무(無) 세대.’

은퇴문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업화 주역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들의 자식 세대인 20대가 ‘3무 세대’(돈·집·결혼 없음)와 ‘3포 세대’(결혼·연애·취업 포기)로 불리는 데 빗댄 표현이다. 자식 세대의 ‘3무’가 현재의 곤란으로 인해 미래를 개척하기 어려운 처지를 자조하는 표현인 데 비해, 베이비붐 세대의 ‘4무’는 암울한 미래에 살 만했던 과거와의 단절이 더해지면서 상실감을 더 극대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신문이 5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노인인력개발원 등 민·관 은퇴문제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이들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연령층의 가장 큰 애로(3가지씩 중복응답)로 ‘일자리 구하기’(9명)와 ‘친구·사회관계망 만들기’(9명)를 꼽았다. ‘여가 즐기기’(8명), ‘경제적인 자립’(6명), ‘부부·자식 간 소통’(6명)도 앞순위에 들었다.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대부분이 노후 준비가 부족한데도 자녀들의 결혼과 취업이 늦어지면서 여전히 (은퇴 준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은퇴를 맞게 되니 돈 문제뿐 아니라 혼자 밥을 먹는 등의 일상생활에서조차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점수를 매긴 은퇴준비 부족 지수에서도 ‘재정적인 어려움’(89.3)과 ‘허탈감 등 심리적 준비’(85.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다음은 ‘여가를 즐기는 능력’(66.1), ‘함께할 친구’(53.6), ‘건강’(50.9) 등이었다. 단, ‘주거 문제’(33.9)만큼은 비교적 준비가 양호했다.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서다.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재무적인 은퇴준비도 중요하지만 퇴직한 고령층 대부분이 달라진 생활리듬 때문에 초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곤 한다”면서 “퇴직 전부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을 모색하고 마음을 주고받을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에 주목했다.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이전 세대에 비해 베이비부머는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이 높고 자아실현 의지도 강하다”면서 “720만명이나 되는 베이비부머들이 한꺼번에 고령층에 편입되면 사회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년 60세 연장’ 법 개정 등과 같은 큰 변화를 이끌 저력이 이 세대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돌파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18년이면 베이비부머가 55~63세에 이르게 돼 또 한 번의 정년 추가 연장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의 절반(8명)이 이 같은 가능성에 동조했다. 2명은 아예 정년 제도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5-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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