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 다진 1기… 2기엔 과감하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총회 전날인 20일 오후 기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 건물 앞에서 퇴근 길의 유엔 직원들에게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반 총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5년 동안은 어떤 일에 힘을 쏟아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답변 내용도 내용이지만, 다양한 피부색의 직원들이 ‘직장상사’로서의 반 총장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192개국을 회원으로 둔 국제기구의 수장인 반 총장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유엔에 6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파코브 알리에브는 “나라마다 제각각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유엔에서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반 총장은 그만하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권고부’ 소속이라는 그는 그러면서도 “반 총장이 이슈에 다소 늦게 대처하고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임기 2기인 향후 5년은 반 총장이 국제적 현안들에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카리브국가연합 대표로 10년 넘게 유엔에서 일하고 있다는 바에즈는 “반 총장은 특히 지난 5년간 여성 지위 향상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40대 남성 직원은 “반 총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면서 “192개국의 이해관계를 합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느냐. 그런데도 반 총장은 각양각색의 의견들을 하나로 묶는 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했다.
‘문서국’에서 일한다는 인도네시아 출신 라디만 라우프는 “유엔 직원 10명 중 8명은 반 총장을 좋아하고 지지한다.”면서 “그는 좋은 사람이고 열정적이며 끈기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신을 유엔 고위간부라고 밝힌 50대 남성 직원은 “반 총장은 유엔 임무의 강력한 옹호자이자 유능한 경영자”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가장 잘한 일로 유엔 개혁과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 대처를 꼽았다.
반면 유엔에 출입한다는 멕시코 기자 게레로는 “반 총장은 5개 상임이사국에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리비아,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바레인, 예멘 등 다른 중동국가의 민주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국을 따라 약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반 총장이 기후변화 부문에서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일본 언론사 기자는 “반 총장이 취임 후 1년간은 매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언론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전반적으로 대언론 관계에 문제가 있다. 사무총장으로서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6-22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