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기수 열외’ 총기사건 유발했나

해병대 ‘기수 열외’ 총기사건 유발했나

입력 2011-07-05 00:00
업데이트 2011-07-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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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쏜 김 상병 “없어져야 한다”해병대 “공식용어 아니다..있다고 단정해선 안돼”

해병 2사단의 총기 사건을 계기로 해병대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기수 열외’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수 열외는 후임자가 선임 대접을 해주지 않거나 선임이 후임을 인정해주지 않는 일종의 ‘이지메’에 해당한다.

전우들에게 K-2 소총을 조준해 발사한 김모 상병(19)은 5일 국군대전병원에서 이뤄진 사고조사반과 필담 조사에서 사건 원인이 개인 신상 문제이냐고 묻자 “아니다.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구타, 왕따, 기수 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난동을 부리며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김 상병이 이날 마음을 추스르면서 처음으로 말문을 연 것이다.

사고조사반이 전소초원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총을 쏜 김 상병이 입을 열면서 곧 부대내 집단 따돌림이 있었는지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일부 전역자들의 카페에 의하면 기수 열외는 부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거나 부대원 눈 밖에 난 병사들이 그 대상이다.

몇몇 선임들의 주도 아래 하급자까지 동참해 특정 병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무시하는 행태를 말하는데 역으로 후임이 선임을 기수 열외 시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기록된 김 상병의 메모 내용 중에는 “XX 엿같은 놈들아, XX야, 기수 열외 시켜봐..너 죽여 버리고 싶은데..”라는 표현이 있어 김 상병이 기수 열외 대상자였음을 암시하고 있다.

1992년생인 김 상병은 올해 입영 대상이지만 한 해 먼저 입영하는 바람에 19세에 상병이 됐다.

김 상병은 ‘누가 왕따를 시켰느냐’는 사고조사단의 질문에 “OOO의 주도로 후임병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는 김 상병이 지칭한 OOO은 사망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도 전날 사건 현장을 방문해 기초 조사를 한 결과 “기수 열외 등에 의한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번 총기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해병대 측은 “기수 열외라는 말은 혹시 병사들끼리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그런 용어는 없다”면서 “김 상병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해병대에 그런 것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되며 일단 전체적으로 사고 조사가 끝나면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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