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한명숙 사이서 고심..‘이기는 후보론’ 주목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직격탄을 맞았다.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에 일으킨 회오리바람에 손 대표와 민주당의 입지는 눈에 띄게 축소됐다.
안 원장이 단숨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필적할 대권주자급으로 부상하면서 손 대표의 지지율은 4∼5위권으로 추락했고, 안 원장 중심의 ‘제3세력’ 창당론 탓에 민주당에 대한 기대치도 크게 내려갔다.
민주당의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18대 대통령선거 1년전인 오는 12월 18일 이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손 대표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손 대표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는 물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최근 ‘이기는 후보론’을 거론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손 대표는 현재 범야권의 유력한 두 후보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한명숙 전 총리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처지다.
박 상임이사가 단일후보가 되면 야권통합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가 있고, 한 전 총리가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의 입지 강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야권통합과 민주당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손 대표가 박 상임이사에게 민주당 입당을 권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상임이사가 입당하면 결국 민주당에서 ‘이기는 후보’가 배출될 수 있는 셈이 된다.
박 상임이사도 지난 8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과거 선거를 보면 ‘2번(민주당)’이 아니라 다른 번호를 달아도 당선됐다”면서도 “그러나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많은 분과 만나면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그는 14일로 예정된 출마선언에 즈음해 손 대표를 인사차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야당 지지층의 ‘기호 2번’에 대한 로열티(충성도) 등을 이유로 들며 민주당 입당론을 제기한 의원들이 여러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칫 당내 유력후보인 한 전 총리를 제쳐놓고 박 상임이사를 띄우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와 가까운 ‘친노’ 계열의 정세균 최고위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중진의원은 한 전 총리에게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13일 “손 대표는 지금 자신은 물론 민주당도 살려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