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만 들어서면 나도는 ‘김정일 사망설’

겨울 문턱만 들어서면 나도는 ‘김정일 사망설’

입력 2011-11-09 00:00
업데이트 2011-11-09 11: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8일 오후 국내 증권시장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퍼지면서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사망설이 퍼지기 하루 전인 7일 북한의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보도했음에도 사망설은 증시 등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9일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자강도 공장 5곳, 31일 인민군 제789군부대, 이달 2일 공군연합부대, 3일 인민군 제322군부대와 태성기계공장을 둘러봤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으로 보면 김 위원장은 최근 평소보다 활발한 공개활동을 펼친 셈이다.

김 위원장 사망설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전날 우리 정보 당국자가 “북한 매체가 어제(7일)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보도했다”며 “사망설에 대해 들은 바 없다. 낭설일 개연성이 크다”고 파장 차단에 나섰으나 이미 사망설이 주식시장 등을 크게 흔든 이후였다.

주목되는 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째 겨울 문턱이나 초겨울에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12월1일에도 증권가에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14분 만에 주가가 20포인트나 빠지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전의 루머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망설을 악용하거나 이용한 세력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시점인 11월23일 국내 한 웹사이트에 “로이터통신의 금융전문잡지인 IFR가 싱가포르발 기사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하면서 사망설이 퍼져나갔다.

이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11월이나 12월에 집중적으로 ‘김정일 사망설’이 불거지는 것은 일단 김 위원장의 건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뇌혈관계 질환을 앓아온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 등 뇌혈관계 질환이 초겨울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병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무렵에 김 위원장의 사망설을 제기하면 평소보다 신빙성을 더할 수 있게 된다.

김 위원장 사망설은 1990년대에도 가끔 나돌았지만 소문의 발원지는 지금과 달리 정치권이었다.

사망설이 처음 나돈 것은 1994년으로, 이기택 당시 민주당 대표가 ‘미국측 인사에게서 들었다’며 유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파장이 확산하자 이 대표가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고 이후 김 위원장의 동선이 파악되면서 소문은 소문으로만 그쳤다.

1995년에는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 잭 앤더슨이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김정일이 이미 죽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국제사회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망설이 잠잠했으나 2004년에는 정치권이 아닌 증권가에 ‘김 위원장이 피격사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증권가의 ‘김정일 사망설’은 2009년 다시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3년 연속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특히 올해는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른 속에서도 방위산업체의 주가가 눈에 띄게 급등해 김 위원장 사망설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정확한 대북정보의 실시간 수집과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남북관계에서 극도로 예민한 사안인 ‘김정일 사망’이 악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