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운영위, 불통·욕설로 얼룩… “진보 아닌 진부”
밤샘회의에도 통합진보당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습책을 내놓지 못했다.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속에 회의 중 고성과 막말까지 인터넷으로 생중계돼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애초 통합진보당은 지난 4일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대책과 당의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었다. 당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보고와 지도부 총사퇴를 내용으로 하는 후속조치 등 민감한 안건을 먼저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희 공동대표가 조사위 결과보고서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의는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 ‘진상 보고서’ 두고 17시간 불통(不通) 토론…”진보가 아니라 진부”
이 공동대표는 조사위가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의혹 제기에만 그치는 조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사위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며 이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비롯해 대다수의 운영위원들은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선거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 사실인 만큼, 부정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회의는 활력을 잃어갔다. 이 공동대표는 운영위원들의 토론 종결과 의사진행 요청에도 불구, 조사위 보고서에 대한 질의응답과 토론만 이어갔다.
특히 우위영 대변인이 계속해서 이 공동대표에게 질의응답을 요청, 진상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자 유시민 공동대표가 “그만 좀 하세요”라며 호통을 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위원들도 “모욕감을 느낀다” “진보가 아닌 진부” “의도적으로 파행으로 몰고 가기 위한 것”이라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반복·지속되는 회의에 꾸벅꾸벅 졸거나 머리를 쥐어뜯는 위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 욕설·고성으로 얼룩진 회의
이날 회의장에서는 노골적인 욕설도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인 박상철 운영위원은 이 공동대표에게 “제가 이 대표에게 XX이라고 욕했습니까”라고 물었다.
박 위원은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 공동대표의 지지자들이 자신을 향해 “정회 시간에 대표에게 욕을 했느냐”고 따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이 공동대표는 “솔직히 오전에 매우 거친 말을 들었다”며 “다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박 위원이 “제가 XX이라고 욕을 했느냐고요”라고 재차 묻자 이를 지켜보던 참관인들 사이에서는 “박상철, 이리로 나와 이XX야”라는 고성이 튀어나왔다.
참관인 50여명은 대부분 당권파로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이 공동대표의 발언에는 환호를 보낸 반면 조준호 공동대표에게는 욕설을 했다.
이에 다수의 운영위원들이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참관인들을 퇴장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공동대표는 “당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을 의무가 있다”며 거부했다.
급기야 이 공동대표가 운영위원들의 반발에 의장직을 내놓고 나가자 참관인들은 고함을 지르며 회의장을 점거, 운영위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운영위는 밤샘토론에도 불구하고 단 1개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유 공동대표는 “어느 당원, 어느 국민이 이를 국회 제3당의 토론이라고 이해해줄까”라며 한탄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이날 오후 3시 운영위를 속개해 사태 수습안과 당 정상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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