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방문 이후 첫 외교행보 ‘주목’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부터 APEC 정상회의의 의제와 세계경제 현안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보고 받기 시작했다”면서 “해당 정부부처와 수석비서관실 등에서도 긴밀하게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최근 국제 곡물 값 급등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국가간 협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에게 “세계 곡물가격 폭등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저해하는 새로운 위험요인”이라며 회원국 차원의 공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29∼30일 APE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미 러시아로 떠났다.
이번 회의는 또 세계 경제위기 문제와는 별도로 최근 한ㆍ중ㆍ일ㆍ러 등 동북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영토 분쟁과 관련해서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이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ㆍ중국 정상도 참석함에 따라 민감한 시기에 한ㆍ중ㆍ일ㆍ러 4개국 정상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까지 참석할 예정이어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아직 한ㆍ일 정상간 별도 회담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세계가 당면한 이상 기후와 이에 따른 인명ㆍ재산 피해에 공동 대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우리나라가 채택한 ‘녹색성장’ 전략에 대해서도 정상들에게 설명하는 방안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APEC 정상회의 준비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이 대통령이 다시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 독도를 방문한 이후 이렇다 할 외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를 두고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ㆍ일간 갈등이 증폭되자 신중한 행보를 해온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게다가 이번주에는 대형 태풍 ‘볼라벤’의 북상에 따라 기상청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긴 했지만 예정됐던 외부 일정은 취소하기도 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히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고 그동안 외부 공식 행사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