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쟁중단 요청속 ‘정기국회 묻힐라’ 곤혹

민주, 정쟁중단 요청속 ‘정기국회 묻힐라’ 곤혹

입력 2013-10-04 00:00
수정 2013-10-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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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 “文·친노, 결자해지로 당 부담 덜어줘야”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검찰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자 4일 “최종 수사결과를 차분히 기다리자”며 ‘소모적 정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화록 미(未)이관 사태’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화록 삭제 지시’ 의혹을 기정사실화한 여권의 ‘사초파기’ 파상공세가 이어지는데 따른 곤혹스러움이 묻어나는 대응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분명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스러워 하는 민주당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칫 섣부른 맞대응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현실인식도 깔려 있어 보인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대화록을 정쟁 소재로 삼아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소모적 정쟁 중단을 촉구했다.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를 차분히 기다리자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불통정권의 악의적 왜곡과 백해무익한 소모적 정쟁만 난무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번 검찰 발표가 국면전환용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화록 유출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작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주장하며 “대선 당시 경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 ‘닮은 꼴’”이라며 반격도 이어갔다.

민주당은 무엇보다도 정국이 ‘대화록 블랙홀’에 빠져들 양상을 보이자 정기국회 자체가 파묻힐 수 있다며 갑갑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고강도 대여투쟁을 벼르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체제’를 가동, 국회 합숙투쟁에까지 들어갔지만, ‘대화록 태풍’으로 인해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공약 후퇴 논란 등 각종 대형이슈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이날로 11일째를 맞은 김한길 대표의 전국 순회투쟁도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 전략을 논의키로 했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탈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원내 핵심인사는 “이럴 때일수록 결의를 더욱 다져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실정을 가리기 위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정부·여당의 꼼수가 결국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분명한 상황 설명과 입장표명을 통해 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계파간 미묘한 갈등 양상이 재연될 소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분명히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아 둑이 터지는 상황이 생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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