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적의 티베트인 라마 다와 파상(38·한국명 민수) 씨는 15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다.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땐 이주노동자였지만, 2008년부터 7년째 아내와 함께 네팔·티베트 음식점 ‘포탈라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자영업을 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 은행 대출금을 갚아나가며 기반을 잡았다. 첫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귀화를 결심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아빠 이름을 써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아이가 외국인인 아빠의 이름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세상에서 차별당하지 않고 어려움 없이 살아가게 해주고 싶어 귀화를 결심했죠.” 민수 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화상으로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말이 자연스럽다.
지난해 5월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귀화 면접 심사를 받고 다음날 법무부 국적난민과에서 “심사에 합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귀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달 그는 법무부로부터 귀화불허통지서를 받았다. 불허사유는 ‘범죄경력’과 ‘품행미단정’이었다.
민수 씨는 2011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운영하던 음식점이 명동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처하자 이에 저항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2월 말 대법원에서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벌금형이 결국 범죄경력, 품행미단정의 이유가 됐다.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 상황에서 뒷짐지고 있는 게 과연 품행이 단정한 것인지, 이게 과연 귀화 불허 사유가 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를 비롯한 이주민들은 국내 국적법의 ‘품행 단정’이란 귀화 요건이 매우 차별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2012년 파키스탄 출신의 한 이주민이 귀화 신청을 했다가 벌금형 전과를 이유로 불허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을 때에도 인권위는 이 규정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법무부에 시정을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여전히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하는 국적법 귀화요건 조항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에 따라 심사할 것인지 하위 법령에도 명시된 바가 없다”며 “심사에서 범죄 경력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과 정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민수 씨의 문제는 귀화 좌절로 끝나지 않는다. 벌금형이 집행되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대상’이 돼 조만간 강제 추방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다. 강제 추방을 당하면 향후 5년 동안 한국에 올 수 없고, 그 후로 15년 동안 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 제 나이가 60이 될 때까지 외국인으로 살라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합니다. 이 억울함과 답답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우리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게 될 텐데, 아이들 아빠인 내가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아이들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국적법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미래부 장관 후보였던 김종훈 같은 사람에게는 잃었던 국적을 불과 나흘 만에 회복시켜 줄만큼 관대하지만, 민수 씨 같은 이주민은 한국에서 15년 이상을 살아오며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웠어도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땐 이주노동자였지만, 2008년부터 7년째 아내와 함께 네팔·티베트 음식점 ‘포탈라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자영업을 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 은행 대출금을 갚아나가며 기반을 잡았다. 첫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귀화를 결심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아빠 이름을 써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아이가 외국인인 아빠의 이름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세상에서 차별당하지 않고 어려움 없이 살아가게 해주고 싶어 귀화를 결심했죠.” 민수 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화상으로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말이 자연스럽다.
지난해 5월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귀화 면접 심사를 받고 다음날 법무부 국적난민과에서 “심사에 합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귀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달 그는 법무부로부터 귀화불허통지서를 받았다. 불허사유는 ‘범죄경력’과 ‘품행미단정’이었다.
민수 씨는 2011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운영하던 음식점이 명동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처하자 이에 저항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2월 말 대법원에서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벌금형이 결국 범죄경력, 품행미단정의 이유가 됐다.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 상황에서 뒷짐지고 있는 게 과연 품행이 단정한 것인지, 이게 과연 귀화 불허 사유가 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를 비롯한 이주민들은 국내 국적법의 ‘품행 단정’이란 귀화 요건이 매우 차별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2012년 파키스탄 출신의 한 이주민이 귀화 신청을 했다가 벌금형 전과를 이유로 불허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을 때에도 인권위는 이 규정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법무부에 시정을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여전히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하는 국적법 귀화요건 조항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에 따라 심사할 것인지 하위 법령에도 명시된 바가 없다”며 “심사에서 범죄 경력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과 정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민수 씨의 문제는 귀화 좌절로 끝나지 않는다. 벌금형이 집행되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대상’이 돼 조만간 강제 추방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다. 강제 추방을 당하면 향후 5년 동안 한국에 올 수 없고, 그 후로 15년 동안 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 제 나이가 60이 될 때까지 외국인으로 살라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합니다. 이 억울함과 답답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우리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게 될 텐데, 아이들 아빠인 내가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아이들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국적법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미래부 장관 후보였던 김종훈 같은 사람에게는 잃었던 국적을 불과 나흘 만에 회복시켜 줄만큼 관대하지만, 민수 씨 같은 이주민은 한국에서 15년 이상을 살아오며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웠어도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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