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류샤오보 영면 기원”…정부, 中의식 성명은 발표안해

당국자 “류샤오보 영면 기원”…정부, 中의식 성명은 발표안해

입력 2017-07-14 19:05
수정 2017-07-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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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등과 대응 수위 차이

정부는 14일 노벨평화상 수상 중국 인권활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가 간암으로 숨진 것과 관련, 영면을 기원하며 애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의 관련 질문에 PG(press guidance, 언론 대응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리 정부는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그의 영면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짧은 입장 외에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별도의 정부 부처 성명이나 논평, 고위 인사들의 공개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의 PG는 류샤오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대명사인 ‘그’로만 표현했다.

이런 ‘로우키’(low key) 대응은 다분히 중국 정부를 의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저명한 인권운동가로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류샤오보가 13일 사망하자 입장 표명의 수위와 내용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날 대응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대응 등 현안으로 인해 한중관계가 민감한 시기인 점을 감안, 중국 정부와 각을 세운 인물의 사망에 대한 애도 수위를 결정함에 있어 극도로 신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류샤오보 문제에 대한 서구의 비판에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해 왔고, 14일에도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류샤오보 사망 문제와 관련, “중국법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거듭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과 유엔에서 오랜기간 인권 문제를 담당했던 외교장관이 재임중인 사실 등에 비춰 우리 정부의 대응이 ‘과도한 절제’였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의 대응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대응 수위와는 차이가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외교장관 성명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향한 고인의 투쟁을 치하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깊이 슬퍼하고 있다. 유족과 그의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힌 뒤 “자유와 기본적 인권 존중, 법의 지배는 보편적 가치로, 중국에서도 보장돼야 한다”며 “(앞으로) 높은 관심을 갖고 중국의 인권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중국이 주요국 반응을 면밀히 체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작년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외교적 언어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입장표명 내용이) 너무 무미건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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