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편 놓고 정면 충돌…여야 개헌협상 난항 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38년 만의 개헌 소용돌이 속에 극명하게 다른 권력구조 개편안을 제시, 향후 개헌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로 점철돼온 현행 대통령제, 즉 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하느냐가 이번 개헌의 최대 쟁점이다.
이와 관련,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한국당은 3일 자체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다.
당장 두 거대정당은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골자로 현 대통령제의 뼈대를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 및 책임총리제’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내각제로 볼 수 있는 개헌안을 내놨다.
민주당의 개헌안, 즉 정부 개헌안은 책임정치 구현 및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꾸고, 현행 국무총리 선출 방식을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헌법기관 구성 등에 있어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감사원을 헌법상 독립 기관화하도록 한 것도 그 일환이다.
대신 정부의 법률안 제출 시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예산심의와 조약체결에 있어 국회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의회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헌안에 대해 한국당 등은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는 개헌이 아니다”라고 반발한 데 이어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몰아붙이며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 및 책임총리제’를 전면에 내세운 개헌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되, 행정을 통할하는 책임총리를 둔다는 것으로, 핵심은 현재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권한을 대폭 줄이고, 국회의 권한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도록 하고, 이렇게 선출된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국회 해산권을 행사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제보다는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개편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개헌안은 총리의 제청 없이는 의회를 해산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는 대통령을 형식상 국가원수로 하고 완전한 내각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제 유지를 골자로 개헌안을 마련한 여권 입장에서는 한국당의 개헌안을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같이 개헌 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 여야가 확연히 다른 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현재 국회 차원에서 진행 중인 개헌협상은 첨예한 대치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현재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가 활동을 중단한 채 여야 원내대표 간 ‘정치 협상’으로 개헌의 물꼬를 트려 하지만, 권력구조에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개헌 시기, 권력기관 개혁, 선거구제 개편 등 또 다른 개헌 쟁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여야 합의에 의한 국민개헌안의 탄생, 나아가 여권이 요구하는 ‘6·13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는 물론 한국당이 제시한 ‘9월 개헌 국민투표’라는 개헌 로드맵의 실현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