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 또 고개

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 또 고개

입력 2014-11-03 00:00
수정 2014-11-0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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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혼자 떠들고 다들 무관심, 주제 벗어난 질문으로 정치 공세, 정족수 가까스로 채울 때도 많아

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대정부질문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수단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사실상 여야 정쟁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마침 여야가 각각 혁신위원회를 가동 중이고,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조만간 꾸려질 예정이다 보니 “이번에야말로 대정부질문 제도도 함께 뜯어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점차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해묵은 구태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질문자가 나 홀로 연단 위로 올라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의원 상당수는 삐딱한 자세로 잡담을 나누거나 스마트폰 검색 삼매경에 빠졌다. 질의에는 다들 무관심했다. 한 의원에게 “모 의원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느냐”고 묻자 “몰라. 못 들었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자들은 이날이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날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 얘기를 빼놓지 않고 했다. 대정부질문이 정치 공세 수단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 보니 대정부질문 테마가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으로 매일 바뀌어도 핵심 쟁점은 늘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을 앞에 세워놓고 정작 공격의 화살은 상대 당을 겨냥하는가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질문자의 호통이 끝나면 본회의장에는 적막감이 흐른다. 자리가 텅텅 비어서다. 의사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1(60명)을 가까스로 채울 때가 많다. 의원들에게 대정부질문이 웬만하면 불출석해도 괜찮은 일정으로 여겨진다는 게 문제다. 한때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의석을 채운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명한 뒤 회의록에 기재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또 의원들이 지도부의 ‘오더’에 따라 대정부질문에 출격한다는 점과 더불어 대정부질문이 지역구 챙기기, 의정활동 스펙 쌓기, 존재감 과시용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4-11-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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