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부처 38건 완료 ‘속전속결’
野 견제 없이 38조원 ‘반쪽 심사’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1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국회사무총장 임명승인건이 진행되고 있다. 2020.6.29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오후 2시 30분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예결소위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38조원 규모의 나랏돈이 쓰일 곳을 정하면서 야당의 견제 없는 ‘반쪽 심사’다. 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원 구성 협상 결렬 후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되자 전원 사임계를 제출한 상태다.
앞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심사 기한을 1주일 이상 늘려 통합당과 함께 검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민주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이 적기 집행되려면 당장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원 구성 직후 곧바로 17개 상임위를 가동한 민주당은 전날 정부안(35조 3000억원)에서 3조 1300억원가량을 증액한 수정안을 예결위로 넘겼다.
예결소위에서는 13개 부처의 총 38건의 심사를 완료했다. 총 19건 823억 5300만원을 감액했고, 8건의 사업을 보류했다. 보류된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고용노동부의 청년일자리창출지원, 고용창출장려금 사업 등이다. 교육부의 온라인 원격강의 지원은 82억원가량 삭감됐다. 감액 심사를 끝낸 예결위는 2일 교육위원회가 대학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 간접 지원 예산 2718억원을 증액한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14대(국회)에서 통합당이 겪는 무력감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도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6월 4일 추경안 제출 전부터 간담회와 당정협의를 통해 사전 심사를 해 왔다. 이번 주 심사 과정만 심사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졸속 심사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집행이 하루 늦어지면 국민의 눈물과 절망이 쌓인다. 통합당 사정을 하소연하기 전에 국민의 어려운 형편을 먼저 헤아려 달라”며 압박했다.
통합당은 보이콧 방침은 유지한 채 장외 기자회견 등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불과 4일 만에, 하루에 10조원씩 전 상임위에서 짧게는 20여분 만에 처리되는 통과의례식 국회에 응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폭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심의를 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가 들어가겠다고 했음에도 (민주당은) 거부했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0-07-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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