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연료가 극도로 부족한 북한에서는 한겨울이 되면 수도 평양에서조차 임산부·노인들의 가스중독이나 동사가 많이 발생한다. 석탄을 때다가 가스중독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순찰을 돌기도 한다.
탈북작가인 장진성 뉴포커스(www.newfocus.co.kr) 대표는 3일 ‘평양시민들의 겨울생존 방법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추위에 떠는 평양시민들의 난방법을 상위층-중위층-하위층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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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KBS 스페셜에서 보도된 북한 20대 ‘꽃제비’여성 모습.
장 대표에 따르면 북한 상위층은 대부분 석유난로를 사용한다. 이를 위해 국가보위부 산하 신흥무역회사에는 전문 항공기 연료만 수입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무동력 보일러’로 불리는 석탄 보일러를 집에 설치한다. 방 한가운데에 대형 침대 모양으로 온돌을 만드는 형식이다. 안에 철관들이 들어있는 시멘트침대로 석탄으로 물을 끊여 순환시킨다.
베란다에서 석탄을 두 시간에 한번 꼴로 바꾸어야 해 번거롭지만 온기를 느끼며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장 대표는 소개했다.
평양의 아파트 거주민들은 가을부터 알탄을 마련하느라 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아파트 자체적으로 알탄을 찍는데, 밖에서 마를 때까지 이틀간 밤새도록 가족들이 순번제로 지켜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등짐으로 수십번을 오르내려야 한다. 장 대표는 북한 아파트들은 고층으로 올라 갈수록 값이 싼 것은 모든 짐을 등짐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하층의 사람들은 집안에서도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올 정도다. 이들은 직장에서 퇴근해 집에 오면 옷을 더 두껍게 입는다. 잘 때 장갑, 솜옷은 물론 솜 신발까지 신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더운 물이 든 페트병을 껴안고 자는데, 이 때문에 겨울이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보온고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찬바람을 쐬면 안되는 임산부의 경우 집안에 비닐하우스를 따로 만들어준다. 그 안에 석탄불을 넣어주기도 하는데 그 상태로 잠들어 석탄연기에 질식돼 죽은 임산부들이 많다고 장 대표는 전했다. 겨울은 노인들에게 사망의 계절로 통하는데 석탄을 구할 수 있는 돈이나 땔감을 가져올 수 있는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자식자랑은 베란다에 높이 쌓인 알탄 자랑이다.
겨울이면 ‘꽃제비’(집 없이 방황하는 아이들)들이 많이 얼어 죽는다. 그들의 얼굴과 손은 항상 새까만데 씻지 않아서가 아니다. 훔친 신발이나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밤새 그 온기로 버티느라 그을음에 더렵혀진 것이다.
평양에는 세계에 없는 북한만의 겨울사고 방지제도가 있다. 겨울에 석탄연기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동 인민반에서 석탄가스 순찰을 돈다. 가정마다 돌아가며 맡는 순번식으로 운용된다. 주로 남편들이 순찰을 도는데 밤 9시, 12시, 새벽 4시에 집집마다 노크를 하여 집주인으로부터 가스안전 도장을 받는다. 마지막엔 인민반장과 동사무소에 가서 순찰확인 사인을 받는다.
근무는 한달에 한번꼴로 선다. 집주인들은 겨울내 밤마다 몇번씩 잠에서 깨야 한다. 하지만 불평은 없다. 순찰 덕에 아궁이를 닫지 못해 온 집안에 차 넘치던 석탄가스로부터 목숨을 구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