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상 평양 공개활동 없어…‘선군업적 쌓기’ 의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평양을 비워둔 채 군부대를 연달아 방문하면서 최전방 지역을 누비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그의 전방부대 방문은 지난 17일 연평도 인근의 서부전선 최남단 장재도·무도 방어대에 이어 동부전선에서 여성 해안포중대인 ‘감나무 중대’(24일·이하 보도날짜 기준), 제313대연합부대 지휘부(28일), 제318부대(29일) 등 최근 12일간 4차례나 북한 언론에 보도됐다.
북한 매체는 시찰 소식의 끝 부분에 ‘또다시 전선길에 오르시는 최고사령관’이라고 자주 표현, 김 제1위원장이 평양으로 복귀하지 않고 지방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앞서 북한 매체가 지난 7일 김 제1위원장이 제552군부대 관하 구분대와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부대를 찾았다고 전한 것까지 감안하면 그의 지방부대 시찰은 2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때부터 북한 매체는 “또다시 전선시찰의 길에 오르시는”, “머나먼 전선길” 등의 표현으로 김 제1위원장의 전방 시찰이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또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 개시’ 52주년(8월25일)을 기념하는 연회와 모란봉악단 공연도 동부전선 시찰 기간에 참석했고 지난 2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청년절(8월28일) 경축행사는 불참했다.
김 제1위원장이 북한 언론에 보도된 것을 기준으로 최근 평양의 공개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2일 방북 중이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런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은 최근 2주일 이상 평양을 비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이처럼 장기간 지방을 순회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이번 전방부대 시찰을 계기로 김 제1위원장의 위상과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새 찬양가인 ‘불타는 소원’을 소개했는데 이 노래는 ‘이 한밤도 먼 길 가실 원수님 생각하며’ 등의 가사로 군부대 시찰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는 최근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27일에는 ‘그이는 최전선에 계신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 제1위원장의 전방부대 시찰을 “조국통일을 앞당겨오는 승리의 진군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는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보도하면서 과거 김정일 위원장도 방문한 부대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중앙통신은 29일 그의 제318군부대 시찰을 전하면서 ‘어버이 장군님(김정일)’이 2003년 4월28일 이 부대를 찾아 ‘귀중한 가르침’을 줬다고 소개했다.
결국 김 제1위원장의 전방부대 시찰은 기본적으로 한미연합군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응하고 군대의 사기를 진작하는 성격이지만 속내는 김 제1위원장의 ‘시찰 업적’을 쌓으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즉,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정력적으로 군부대를 시찰하는 ‘군수 통수권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치밀한 행보라는 얘기다.
김 제1위원장이 전방부대에서 작전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례적으로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김 제1위원장이 평양 지역에 대한 현지지도 등을 통해 나름대로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져왔기 때문에 이제는 ‘2라운드’로 지방의 전방 부대를 돌면서 군의 사기 진작과 결속을 다지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의 전방부대 시찰은 선군정치의 계승자로서 안보 문제에 소홀하지 않고 과감성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끌어내 체제결속을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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