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눈길 다 뚫렸다” vs 고립마을 “무슨 소리”

지자체 “눈길 다 뚫렸다” vs 고립마을 “무슨 소리”

입력 2011-02-17 00:00
업데이트 2011-02-17 14: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폭설에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수 있는 토끼길만 뚫린 우리 마을은 고립마을인가요,아닌가요”

 100년 만의 ‘눈폭탄’이 쏟아진 강원 동해안지역 제설작업이 6일째 이어지고 있는가운데 일부 산간마을의 고립 해소여부를 둘러싸고 지자체와 주민들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1~12일 이틀간의 기록적인 폭설 당시 강릉,동해,삼척 등 도내 7개 시군 18개 마을 640여가구 1천280여명의 주민이 고립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도는 제설작업 나흘째인 지난 15일 오후 4시를 기해 삼척 노곡면 개산리 7가구 10여명을 마지막으로 모든 산간마을이 고립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고했다.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었지만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한 끝에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토끼길’ 뿐만아니라 차량도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길도 확보됐기 때문에 고립마을을 해제했다는 것.

 하지만 일부 산간마을 주민들은 “차량 통행이 안돼 생필품 공급이나 우편배달 등 일상생활이 안되는데 무슨 고립해제냐”며 당국의 ‘탁상행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도와 해당 지자체가 지난 15일 고립에서 벗어났다고 한 삼척시 노곡면 개산리 마을은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토끼길이 겨우 나 있을 뿐 마을 진입로는 여전히 눈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 때문에 이 마을은 지난 15일 오후 군 헬기로 빵과 우유 등 구호물품을 지원받아야 했고,일부 주민은 현재 식량이 떨어져 추가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노곡면 개산리 주민 이만섭(68)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겨우 사람 하나 다니는 길이 확보됐을 뿐 마을에 1대 있는 차량은 전혀 다닐 수 없다”며 “차량이 다니는 길이 뚫리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8가구 36명의 주민이 사는 삼척 노곡면 주지리도 지난 15일 도와 해당 지자체에서 고립해제 마을로 분류했으나,정작 해당 마을은 하루 뒤인 지난 16일 오후 늦게 차량 통행이 겨우 재개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청 관계자는 “삼척 개산리 등 고립마을은 이미 사람 뿐만 아니라 차량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진입로가 확보됐다는 보고를 받아 지난 15일 모두 해제했다”며 “해당 지자체에서 왜 그런 보고가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척시 한 공무원은 “중장비 진입이 여의치 않아 차량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여러차례 보고했는데,고립마을을 빨리 없애려다 보니 토끼길만 뚫려도 고립이 해제됐다고 상부에 보고하는 것 같다”며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를 업고 수㎞를 걸어 나가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한 마을 입구까지 차량 진출입이 가능해야 진정 고립이 해소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지난 12일 오후 폭설로 고립된 동해시 이로동 ‘달방마을’에서 80대 할머니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긴급구조를 요청,119 구급대원들이 직접 제설작업을 벌이며 5시간 만에 도착했으나 이미 할머니는 숨을 거둔 뒤였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