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 마지막 회의 “간 녹을 만큼 힘들었다”

김 총장 마지막 회의 “간 녹을 만큼 힘들었다”

입력 2011-07-04 00:00
업데이트 2011-07-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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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이 거취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4일 대검찰청 청사 8층 소회의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주례 간부회의였지만 사실상 김 총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임을 아는 간부들 사이에서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등 사의를 표명했던 대검 참모진 등 연구관급 이상 간부 50여명이 자리를 꽉 채웠지만, 옆자리와 대화를 나누거나 여유를 보이는 참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끝까지 방어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조직을 떠나는 수장의 결단에 회의 참석자 전원이 입을 굳게 닫았다.

회의 예정시각인 오후 2시30분. 박용석 대검 차장의 안내로 김 총장이 회의실로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김 총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많이들 오셨다. 오늘이 마지막 회의가 될 것 같은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다르다”고 말하며 미리 준비한 A4용지 6장짜리 원고를 꺼내들었다.

그는 직접 작성했다는 발표문을 담담하고도 차분한 어조로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발표 내용에는 날이 서 있었다. 수사권 조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뜨린 경찰·정부·국회 등 관련 기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동시에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이런 말이 있다면서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라는 라틴어 법 격언을 인용했다. 이어 “사태의 핵심은 대통령령이냐 법무부령이냐의 문제라기보다 합의의 파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켜지지 못할 합의라면 처음부터 해서도 안 되고, 합의에 이르도록 조정해도 안 됐고, 그럴 합의라면 요청했어도 안 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또 “국제회의장에선 웃으며 있었지만 속으로는 ‘간’이 녹아날 정도로 힘들었다”며 그간의 심적 고통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총장은 마지막 권한행사라며 후배들의 사직서와 사퇴의사를 모두 반려하는 것으로 10여분간의 사퇴 발표를 마쳤다.

사퇴 발표 후 취재진을 물리친뒤 비공개회의가 다시 진행됐지만 총장은 몇 가지 당부를 덧붙이고 5분여 만에 회의를 마쳤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조직 안정에 힘쓰고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남은 사건 수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최근 과로로 수술을 받은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조직에 잘 돌아올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박용석 차장이 “어려운 시기에 내린 총장의 용단을 후배들이 잘 헤아리겠다”고 답했고 김 총장은 임기를 46일 남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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