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위해 그들은 시신과 함께 생활한다

살기위해 그들은 시신과 함께 생활한다

입력 2011-07-23 00:00
업데이트 2011-07-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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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 과밀로 수많은 난민 갈 곳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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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전만 해도 케냐 북동부 다다브 난민 지구 내 다가할리 난민촌 거주자들은 가족이나 친지 혹은 가축들이 죽으면 그 주검을 이곳 ‘불라 바크티’에 매장하거나 버렸지만 이젠 옛일이 됐다.

지금은 지독한 가뭄과 전쟁을 피해 고향을 버리고 국경을 넘어온 2만 2천여 명의 난민이 인근 다다브 난민 지구의 수용인원 폭발로 쫓겨나 대거 정착한 생활터전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새로 건설된 Ifo II 난민촌이 지척의 거리에 있지만 준공을 앞두고 케냐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개설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난민촌 입주는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고 케냐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22일 전했다.

지난 14일 라일라 오딩가 케냐 총리가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Ifo II 캠프를 열흘 이내로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난민촌 개설 허가를 담당하는 이 지역 행정관청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의 파파 올리비어 아티자 다다브 난민 지구 담당 소장은 “총리가 새로운 난민촌 개설을 약속했지만 지방관청은 여전히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소말리아어로 ‘시신 폐기장’을 뜻하는 불라 바크티는 수용인원 과밀로 폭발 지경인 다가할리 난민촌 인근의 한 장소를 지칭하며, 이곳도 이미 소말리아 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 중 하나인 ‘루터교 세계연맹’의 소라야 무사우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민들이 시신을 광활한 벌판인 이곳 불라 바크티에 안장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다른 방도가 없어 이곳을 생활터전으로 삼아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라 바크티를 집이라고 부르며 일곱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상가보 모하무드 씨는 넉 달 전에 인근 다가할리 난민촌에 도착했지만 매일 당도하는 1천 300명의 새로운 난민들로 넘쳐 입주하지 못한 채 이곳 불라 바크티에 정착했다고 한다.

소말리아로 되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밝힌 그녀에겐 조그만 오두막을 여덟 식구가 나눠쓰는 이곳이 시신을 버리는 곳이라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음식과 물, 그리고 안전이 보장된 ‘약속의 땅’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기쁘기 때문이다.

”이곳이 아니면 더는 갈 곳도 없다.”라는 그녀는 마침 이곳을 방문한 벤 크나펜 네덜란드 개발협력장관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느냐고 묻자 “우리는 인생에서 우선순위를 교육이 아니라 음식에 두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불라 바크티에 온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는 아브쉬로 아이작 씨는 쌍둥이 갓난아기를 안고 있으며, 이곳까지 오는 먼 여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증명해 주듯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쌍둥이에게 젖을 물리기도 어렵고 아기들을 안고 걷기도 힘들어 같이 피난온 숙모에게 한 아기를 맡기고 먹을 것을 찾아 나선다.

크나펜 장관은 케냐정부에 불어나는 난민들을 수용할 새로운 난민촌을 개설하라고 촉구했으며, 케냐정부의 분명치 않은 태도 탓에 3만 5천 명의 난민이 가뭄에 말라붙은 강바닥 등 난민촌 주위의 벌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관은 Ifo II 등 난민촌 여러 곳과 난민들이 흩어져 생활하는 인근 벌판을 방문한 후 “Ifo II 난민촌은 아름다운 보금자리로 잘 꾸며져 있고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데 아무도 들어와 살지 않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케냐정부가 앞으로 Ifo II에 대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라며 개설을 강력히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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