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일진 30명 규합…부여 조폭 ‘철퇴’

중고교 일진 30명 규합…부여 조폭 ‘철퇴’

입력 2012-02-28 00:00
수정 2012-02-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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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고교의 속칭 ‘일진’을 규합해 세력을 키운 조직폭력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부여 지역 학교의 일진 출신 선후배 30여명을 규합해 조직폭력단체를 구성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두목인 서모(40)씨와 부두목(35), 행동대장(32) 등 8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2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또 도주한 황모(28)씨 등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중이다.

서씨 등은 2005년 9월께 20여명으로 신흥 조직폭력단체를 구성한 뒤 일진 출신 신규 조직원 10여명을 지속적으로 영입해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조직원들을 30여개 업소가 성업 중인 부여 유흥가 주점에 영업상무 등으로 취업시켜 매달 보호비를 상납받거나 외상술값 등을 빙자해 모두 7천만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술값과 관련해 시비가 붙은 손님을 폭행, 안면부 골절ㆍ마비 등 상해를 가하는 등 유흥가 일대에서 속칭 ‘해결사’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조직원 5명은 지난해 9월12일 오전 2시30분께 부여읍의 한 가요주점 안에서 술값 시비를 벌이던 B씨 등 3명을 집단 폭행해 안면마비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직의 기강확립 차원에서 상습적으로 후배 조직원들을 소집, 속칭 ‘줄빠따’를 치거나 흉기로 손가락 절단을 시도하는 등 보복 범행까지 자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직원들은 ‘선배에게 90도로 인사한다’, ‘다른 조직과 싸울 때 일사불란하게 대응한다’는 등의 행동강령에 따라 활동해 왔다.

이들은 바로 위 1년 선배가 하급 기수를 섭외하고, 선배 조직원에게 ‘식구’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동의 절차를 밟는 방식으로 고교 일진 가운데 신규 조직원을 선발했다.

조직은 매년 5명 정도를 신규 조직원으로 받아들였지만, 이 가운데 선배 조직원들의 폭행을 견뎌내지 못한 3~4명은 조직을 탈퇴한 뒤 다른 지역으로 도주, 3~4년간 은신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세호 광역수사대장은 “피의자 중 일부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학교 시절부터 일진에 속했던 사람들로 그 당시부터 엄격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했다. 그 체계가 지금까지도 이어진 것일 뿐 범죄단체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이것만 보더라도 학교폭력이 조직폭력으로 성장, 발전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피의자는 고교 시절 S파라는 폭력서클의 리더로 활동했고, 또 다른 피의자 역시 고교 시절 중학생 또래 중 일진들을 관리하며 상습 갈취했다”면서 “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스스로 또는 선배들의 권유로 폭력단체로 흘러들어 자연스럽게 조직폭력배로 활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피의자들은 굴신인사(90도로 몸을 숙여 인사)나 문신을 하는 것이 외부에 위협적인 존재로 비친다는 점을 동경, 조직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조직폭력단체를 수사할 때 학교폭력과의 연결고리 등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피해를 본 업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서씨 등을 상대로 여죄를 캐는 한편, 추가적인 피해자 확보에 나선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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