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후 모은 전재산 동국대에 쾌척 현응 스님
40대 후반 출가한 이후 모은 전재산 6억원을 동국대에 기부한 현응 스님.
동국대 제공
동국대 제공
지난달 동국대 직원은 학교 은행계좌에 난데없이 6억원이 입금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입금자는 부산 영일암 주지 현응(75) 스님. 5년여 전에도 동국대에 1억여원을 기부했던 스님이었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굳이 먼저 연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교 발전을 위해 써 주세요. 기부금의 용도는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세요.”
스님은 급하게 전화를 건 동국대 직원에게 별일 아니라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 돈은 그가 40대 후반 출가한 이후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이었다. 동국대 관계자는 “기부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돈을 내기 전 기부의사 전달, 기부 약정식, 기부금 전달식 등 절차를 갖는데 스님께서 직접 계좌에 돈을 입금해 이런 감사의 표시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동국대 김희옥 총장은 부산을 직접 찾아가 현응 스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학교 측은 스님에게 학교 초청과 학교병원 건강검진 등을 권유하고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스님은 차 한잔 나누는 것 외에 모든 것을 사양했다.
현응 스님은 휴대전화, 신용카드, 자동차,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4무(無) 스님’으로 통한다. 입은 승복은 30년간 반복해서 꿰매 입어 누더기 그 자체였고 그 스스로 “벤츠 자가용보다 좋다”며 자랑한 오토바이는 20년 전에 산 것으로 무거운 짐을 옮길 때 가끔 사용한다고 했다.
현응 스님은 “빈손으로 출가해 소유한 재물은 신도의 도움으로 이룬 것”이라면서 “속가의 형제들에게 상속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2013-05-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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