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3년째 100만원씩 성금 전달 박창현씨
박창현씨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 박창현(62)씨는 소방관이 천직이었다며 고마워했다. 2010년 6월, 30년간의 소방공무원을 퇴직한 뒤에도 3년째 해마다 100만원의 성금을 내며 그 고마움을 후배 사랑으로 보답하고 있다.
박씨는 젊을 때 대구에서 음식점 등을 하다 연거푸 실패한 뒤 1982년 30대 초반의 늦은 나이에 특채로 충주소방서에 들어왔다. 그는 “사업을 계속 말아먹던 나를 구해준 것은 소방공무원으로 전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모든 일에 앞장섰다. 1988년 새한미디어 충주공장 화재 때는 앞장서 화재를 진압하다 얼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어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박씨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큰 애(아들)를 대구로 전학시키고 딸까지 대구 부모님 집으로 딸려 보낸 뒤 아내가 나를 간호하느라 병을 얻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소방관에게는 체력이 최고”라면서 동료들에게 권한 테니스가 전국 소방서로 확산된 것을 자랑거리로 꼽았다.
현직에 있을 때 박씨는 욕을 잘해 ‘욕짱’으로 불렸다. 그는 “솔선수범하면서 애정이 있어서인지 욕을 해도 후배들이 잘 따랐다”고 귀띔했다. 지금도 박씨는 손자들 손잡고 가끔 소방서를 찾는다. 후배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옛날 얘기도 하면서 격려한다. 그는 “후배 아끼는 마음만 있으면 소주 값이 문제냐”고 반문했다.
수안보 119안전센터장 등을 지내고 퇴직한 뒤에도 박씨는 수안보를 떠나지 않았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도 좋은데 어딜 가느냐”는 것이 그의 얘기다. 직업 없이 연금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수안보의 옛 명성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2011년에 이어 지난달 끝난 수안보온천제 때 100만원씩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3-05-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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