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상설화 법안’ 소위도 통과못해…위원회·유족 반발정부, 존속 필요성 의문 제기’공익재단’ 승계 추진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와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은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활동 기간 종료로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부정 발언과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 일본 정부의 우경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스스로 과거사 진상 규명 담당 기관의 문을 닫는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6일 위원회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3건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상정됐다.
이명수(새누리당)ㆍ민병두(민주통합당)ㆍ김관영(민주통합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들 개정안은 위원회의 존속 기간을 제한한 조항을 법안에서 삭제해 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드는 내용을 공통으로 담았다.
안행위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강제동원 피해조사 위원회의 상설화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정안은 모두 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법률 개정에 따른 예산 산정 문제였다.
안전행정부는 개정 법안에 따른 비용이 약 3조6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제시했지만 이명수 의원실 등은 6천443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의원들은 예산 추계를 놓고 “안행부와 이 의원실 등이 내놓은 비용 차이가 너무 커 양측의 추계를 모두 신뢰하기 힘들다”며 심사를 중단했다.
안행부는 개정안에 없는 ‘강제동원 생환자 위로금’ 항목으로 1조6천868억원을 포함했지만 의원측의 지적을 받고 추계를 다시 제출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다시 추산한 예산도 우리의 추계와는 4천억원 이상 차이가 나 소위에서 지적을 받았다”며 “안행부가 18대 국회에서부터 명확한 근거 없이 비용을 계산해 위원회 상설화 조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더 이상 위원회를 존속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위원회를 무리하게 폐지할 이유는 없지만 필요한 업무가 종료됐는데 존속시킬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잔무 처리를 위해 위원회의 존속 시한을 관련 법에 따라 6개월 연장하고 위원회의 사업을 이어받을 공익재단을 만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관련 특별법에 따르면 위원회의 존속 시한은 2012년이지만 국회 동의로 6개월 내 범위에서 2차례 연장할 수 있다. 국회는 지난해 말 위원회 존속 시한을 오는 6월까지로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현재 상태라면 길어야 올해 말 위원회는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위원회와 피해자 유족 단체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재단 위상으로는 외교력 부재로 피해 진상조사와 유골봉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 정부 소속 위원회로 상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장 일본 정부가 통보한 한인 노무동원 희생자 2천691위와 사할린 억류 한인 희생자의 유해봉환이 중단되고 일본군위안부와 원폭피해 등 진상조사 필수사건 270여건도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일제에 강제동원된 피해자 약 300만명 중 피해조사는 7.7%, 지원금 지급 사례는 3.3%에 불과하다”며 “위원회가 그간 축적한 역량을 활용해 업무를 계속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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