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승객 동의 없이 대화 녹음·청취는 불법”
택시에 웹캠과 무선 인터넷 장비 등을 설치해놓고 인터넷 방송을 해 인기를 끌었던 진행자(BJ)가 방송을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개인택시 경력 8년차인 A(42)씨는 지난 2009년부터 한 인터넷방송 사이트를 통해 이른바 ‘택시 안 생방송’ 형태로 방송을 진행했다.
A씨는 승객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거나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청곡을 받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방송 시작 이후 누적 시청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팬클럽 회원 수도 1천300명에 이른다.
2010년에는 A씨의 택시에 유명 연예인이 우연히 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모든 승객이 ‘방송 출연’을 반기는 것만은 아니라는 데서 비롯됐다.
작년 12월 이 택시에 탄 박모(33)씨 등 2명은 동의 없이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냈다며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A씨가 계속 직업이나 결혼 계획 등 사적인 얘기를 물어봐서 대답했는데,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이 돼서야 실시간 방송 중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라면서도 “생방송이기 때문에 방송 내용은 저장되지 않았으며 운행 도중 무선인터넷 수신이 끊겨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박옥희 판사는 A씨가 박씨 등의 동의 없이 이들의 대화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했다며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6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판사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해선 안 되며, 이를 공개하거나 누설해서도 안 된다”며 “다만 임씨가 뉘우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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