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더 구조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세월호참사> “더 구조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입력 2014-04-24 00:00
수정 2014-04-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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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구조팀 권재중 경장, 맨몸으로 승객 구조9일째 해상에 머물며 구조·수색 작업

”죄송합니다….”

목포해경 항공대 항공구조팀 권재중(36) 경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어떻게 승객을 구조했는지 설명을 해달라는 질문에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답했다.

권 경장은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나서 30여분 만에 도착한 구조 헬기에 타고 있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배는 70도 이상 기울어 있었고 좌현 일부는 이미 물에 잠긴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권 경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구조헬기에 있는 구명벌을 투하해 떨어뜨리고 레펠줄을 타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는 “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이 좌현 난간 안쪽에 나와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대부분 바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물속으로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승객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구명벌을 편 것이다.

구명벌이 펴지자 우왕좌왕하던 승객들은 구명벌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렸고 권 경장은 구명벌까지 헤엄쳐 가서 이들을 안정시켰다.

이어 좌현 안쪽으로 헤엄쳐 들어가 구명조끼를 입는 승객들을 두 명, 세 명씩 붙잡아 헤엄쳐 구조했다.

문제는 여성과 학생들이었다.

그는 “남자 분들은 용기를 내서 바다로 뛰어드는데 선미 쪽에 있는 여성 승객과 아이들은 겁에 질려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권 경장은 구명벌에 탄 승객들을 해경 123함정에 인계를 하고 빠르게 헤엄쳐 여성과 아이들이 있는 선미로 향했다.

선미 난간은 해상에서 15m 정도 위쪽에 있었다.

특수훈련을 받은 권 경장은 선체를 기어올라 승객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선미 쪽에는 많은 승객이 모여 있었다. 바다에는 컨테이너와 화물칸에서 쏟아져 나온 화물이 떠다니는 상황이어서 여성과 학생들이 뛰어내리다가는 다칠 위험이 있었다.

권 경장은 점점 기울어져 가는 세월호에서 일일이 승객들을 구조해 123함정과 어선이 대기하는 곳에 내려줬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많은 승객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상황이 좀 더 좋고 시간이 되고 능력만 됐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 너무 죄송할 뿐이다”면서 “지금도 현장에서 잠수사들과 구조요원들이 온 힘을 다해 실종자 모두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족 분들이 용기 잃지 마시길 바란다”고 승객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권 경장이 속한 항공대 항공구조팀은 사고 발생일부터 9일째 해상에서 구조·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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