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비서관 ‘연결고리 찾기’에 집중하기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는 문건 작성 동기와 배후 규명 작업에 막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문건 작성자이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관천 경정의 구속기간을 내년 1월4일까지 연장하고 보강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미 검찰은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문건’ 등에 담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으며,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빠져나와 언론사 등에 유포된 경로도 밝혀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오는 29일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검찰은 발표 시점을 내년 초로 늦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검찰이 이런 방침을 굳힌 데에는 ‘박 경정의 범행동기와 배후 규명’이라는 마지막 과제를 풀어내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의 수사로 문건 내용의 진위와 유출 과정은 밝혀졌지만 박 경정이 왜 그런 문건을 작성했는지,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박 경정의 ‘출세욕’,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묵인 내지 지시’ 등 여러 관측이 나와 있지만 이를 증거로 확인하는 데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일단 박 경정의 구속기간을 연장하고서 보강수사를 벌여 조 전 비서관의 사건 관여도를 가려내기로 했다.
박 경정의 진술이나 기타 단서를 통해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반출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사법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 내용에 대해 보고받고 상부에 구두보고한 것 외에는 유출 경위 등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한 시점에 비공식 문서 형태로 작성한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문건의 작성 동기도 풀어야 할 의문점이다.
박 경정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할 때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작성한 ‘정윤회 문건’과 달리 미행설 문건은 청와대를 나온 상태에서 믿을만한 제보도 없이 자신의 근무지인 도봉경찰서에서 작성했다.
이 문건을 받은 박 회장을 검찰이 전날 재소환해 조사한 것도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한 과정이다. 박 회장과 친분이 있고 그와 연락을 주고받던 조 전 비서관이 미행설 문건 작성에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문건에서 정윤회씨가 시켜 박 회장을 미행한 것으로 그려진 인물은 정씨를 전혀 모르는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박 경정이 어떤 의도에서 정씨를 문건에 등장시켰는지를 밝히는 것 역시 검찰의 막바지 수사 과제다.
시사저널이 22일자 기사에서 올 3월 ‘정윤회, 박지만 미행’ 보도가 박 경정이 아닌 박 회장측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다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박 회장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시사저널 보도 내용처럼 미행하는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은 적도, 정윤회씨가 미행을 지시했다는 자술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남은 과제가 풀리면 검찰은 내년 1월1일께 박 경정을 기소하고 같은 달 5일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적 책임이 있는 인물을 재판에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풀어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며 “규명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