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범죄 총기는 스페인제…용의자 숨져 소지 경위 ‘오리무중’
지난달 성탄절 대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없는 총기를 소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기 밀반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밀반입 총기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입수 경위 파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한밤중 대전에서 총기로 차량 운전자를 공격한 용의자 신모(58)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사용한 총기 감정을 한 결과 스페인제 권총으로 파악됐다.
이 총기와 성탄절 범행에 사용한 것이 같은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발사 실험을 해 봐야 범행 때도 이 총기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총을 쐈을 때 탄피가 총기 안에 남는 등 정상적으로 격발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현행법상 권총 형태의 총기는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유통하거나 개인이 소지할 수 없다.
확인되지 않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총기가 신씨 손에 들어온 것으로, 경찰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경찰은 그가 어떻게 권총을 소지하게 됐는지 행적과 주변인을 조사해 밝혀낸다는 방침이지만, 신씨가 숨지면서 정확한 경로가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밀수 경위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피의자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경로는 없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총이 민간인 손에 들어간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3년 4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50대 남성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제닝스사가 1989~90년에 제작한 22구경 모델 J-22로 민간인이 정상 경로를 통해서는 소지할 수 없는 총기였다.
유벙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피를 위해 준비한 여행가방 속에서는 사격선수용 공기권총 1정을 포함해 권총 5정이 들어 있었다.
대부분 사례에서 정확한 유입 경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해외를 오가는 선원들을 통해 들여왔을 가능성, 부품 형태로 외국서 들여와 조립해 민간인이 권총을 소지했을 수 있다는 등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12년 부산에서 러시아 선원이 러시아제 4.5구경 가스발사식 권총 1정과 쇠구슬 형태의 총알 5발을 소지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같은 해 총기류를 분해한 뒤 부품별로 국제택배를 이용, 국내로 밀반입해 1정당 20만~120만원을 받은 전직 해군 장교가 검거됐다.
경찰은 스페인 총기 제조사에 공문을 보내 정확한 제조 연도 등 이 총기에 대한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신씨는 최근 인터넷에 ‘경마’, ‘도박’ 등의 단어를 수차례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고를 겪다 돈을 노리고 범행했다는 경찰 해석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경찰은 4일 오후 3시 브리핑을 통해 국과수 감정 결과와 앞으로 수사 방향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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