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노래반주기 1위 ㈜금영 어쩌다 망했나

‘잘 나가던’ 노래반주기 1위 ㈜금영 어쩌다 망했나

입력 2016-06-29 23:06
수정 2016-06-29 23: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금영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아본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친근한 이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노래방 10곳 중 7곳은 금영의 노래반주기를 썼다.

그러던 ㈜금영은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

㈜금영의 몰락 과정을 들여다본 검찰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일확천금을 노린 기업사냥꾼 변호사의 ‘합작’이 빚어낸 결과물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문제의 시작은 무리한 사업 확장 시도였다.

2009년 7월 노래방 반주기 업체 1위였던 ㈜금영의 김승영 회장은 변호사 이모(58)씨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이자 동종업계 2위인 태진미디어를 인수하려고 했다.

독과점 문제를 피하려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같은 해 12월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800억원에 태진을 인수하는 가계약을 맺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170억원을 넘겨받은 변호사 이씨는 그 돈으로 태진을 인수할 때 쓸 목적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건설사를 인수했다.

가계약은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했지만, 본 계약은 코스닥 상장 건설사로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태진 측이 막판에 가계약을 파기하면서 인수작업에 차질이 생겼고, 김 전 회장은 변호사 이씨에게 태진을 인수하는 데 쓴 17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변호사 이씨는 인수자금을 돌려주는 대신 엉뚱한 발상을 했다.

더 큰 상장사를 인수하면 170억원도 갚고 수익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건설사 명의로 2009년 12월 코스닥 상장사인 휴대전화 액정 부품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업체 대표가 된 변호사 이씨는 경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에서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회사자금 205억원을 빼돌렸다.

주로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들에게 회삿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것처럼 꾸며 돈을 챙겼다.

매년 수십억원씩 영업이익을 내던 휴대전화 부품 회사는 결국 영업실적 부진으로 올해 4월 상장 폐지됐다.

손자회사인 휴대전화 부품업체의 상장이 폐지되고 자회사인 건설사의 적자가 누적되자 모회사인 ㈜금영의 경영 상황도 덩달아 나빠졌다.

결국 김 전 회장의 무리한 투자와 기업사냥꾼 변호사의 일탈에 따른 자회사들의 자금사정 악화로 ㈜금영은 올해 2월 말 노래반주기 사업 전체와 상호를 신설회사에 양도하고 사실상 폐업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70%, 연 매출 700억원 규모로 안정적 수입구조와 자금 여력을 갖춘 우량기업의 오너가 위법적 기업 인수·합병과 횡령·배임 범죄를 저질렀고, 기업사냥꾼인 변호사가 코스닥 상장사를 투기 목적으로 장악한 후 거액을 횡령하면서 ㈜금영의 자금사정이 나빠져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