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써도 소방은 못 쓴다? 국산 수리온 헬기 입찰 갈등

경찰은 써도 소방은 못 쓴다? 국산 수리온 헬기 입찰 갈등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10-24 22:38
수정 2016-10-2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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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5대째… 해경도 구입, 서울·부산 소방 기준엔 미달

‘경찰헬기로는 쓸 수 있지만 소방헬기로는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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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헬기 ‘수리온’ 도입을 놓고 빚어진 서울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안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수리온을 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KAI 측은 “군용 헬기라 인증 요건이 다를 뿐”이라며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입찰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서울시 편을, 경찰과 해경이 KAI 편을 각각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수리온 안전 논란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24일 KAI에 따르면 경찰청은 수리온 한 대를 추가로 구입했다. 2013년 수리온 경찰헬기(참수리)를 도입한 이후 다섯 번째다. 해경도 이르면 이번 주 수리온을 사들인다. 군용 헬기로 제작된 수리온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전국에서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사용하는 곳은 제주소방 한 곳뿐이다. 이달 서울·부산소방이 소방헬기 입찰에 나섰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수리온은 입찰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서울·부산소방이 내세운 입찰 요건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국토교통부의 형식증명을 받아야 한다. 설계부터 운행 단계까지 민간 규격에 맞춰 안전성 테스트를 거쳤는지가 핵심이다. 둘째, 두 개의 엔진 중 한 개가 고장나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카테고리A’ 헬기여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도심지 수색·구조 헬기는 반드시 카테고리A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셋째, 항속거리(연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의 비행거리)가 800㎞(최대 이륙중량 기준)를 넘어야 한다.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다. 수리온(항속거리 770㎞)은 이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결국 지난 21일 부산시가 진행한 소방헬기 입찰에서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만 응찰했다. 이 업체는 지난 5일 마감한 서울소방 헬기 입찰에도 단독 응찰했다. 규정상 한 업체만 응찰하면 재입찰 과정을 거치고, 재입찰에서도 단독 응찰이면 유찰된 후 수의계약을 진행한다. 사실상 외국산 헬기 구입이 확정된 셈이다. 이에 KAI 측은 “의도적으로 국산 헬기를 배제했다”고 반발했다.

KAI는 개발 당시 군용기 인증체계에 따라 방위사업청의 형식인증을 받았다. KAI는 사후 테스트인 국토부 ‘특별감항증명’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부산소방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만 특별감항증명 자체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본 것이다. 카테고리A 인증을 추가로 받으려면 최소 1년이 걸려 납기를 못 맞춘다. 서울·부산소방 측은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을 하는 조종사들이 민간인증 규격을 통과한 헬기를 타겠다는데 ‘애국심 마케팅’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조영진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국산 헬기를 사용하면 부품 조달 및 사후 서비스에서 장점이 있다”며 “운영 노하우는 추후 보완하면 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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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10-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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