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국·14개 단체 연대위원회
“기본적인 사실 증명하는 문건…유네스코 이념 내팽개치는 것”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보류됐다.
31일 문화재청과 NHK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가 이날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3차 회의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를 심사했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관한 공문서 사료, 피해자가 1990년대 육성으로 이야기한 증언 등 2744건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10개국 34개 기관, 2명의 개인이 신청해 역사상 최다 규모의 신청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2월 등재소위원회(RSC)도 ‘대체 불가하고 유일한 자료’라며 호평했다. 그러나 일본의 집요한 로비에 밀려 등재가 좌절되고 말았다.
일본은 지난 2015년 10월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등재된 뒤 지난해 5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도 등재 신청되자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일본의 분담금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미국(2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다. 이에 유네스코는 지난 18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나 역사인식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의견을 조율해 공동신청을 하거나 정리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바뀐 규정은 다음 심사인 2019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심사에 앞당겨 적용됐다.
정부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발목이 잡혀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지원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단체 주도로 등재가 추진되자 2014년 여성가족부를 주무 부처로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2015년 12·28 합의 이후 이미 편성해뒀던 이듬해 지원 예산 4억 4000만원을 다른 사업에 투입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도 “민간단체가 추진한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분담금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면서 결국 위안부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보류를 이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외교부는 이미 일본 매체에서 등재 보류 보도가 나오던 시기에도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심사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만 반복했다.
이날 유네스코의 결정에 대해 한국을 비롯해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이 전쟁을 하면서 여성 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문건의 등재를 보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로 바뀐 ‘당사자 간의 대화’ 조항이 추가되면 지금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견지해 온 ‘소실 가능성이 있는 기록물을 보존한다’는 이념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기본적인 사실 증명하는 문건…유네스코 이념 내팽개치는 것”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보류됐다.
31일 문화재청과 NHK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가 이날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3차 회의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를 심사했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관한 공문서 사료, 피해자가 1990년대 육성으로 이야기한 증언 등 2744건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10개국 34개 기관, 2명의 개인이 신청해 역사상 최다 규모의 신청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2월 등재소위원회(RSC)도 ‘대체 불가하고 유일한 자료’라며 호평했다. 그러나 일본의 집요한 로비에 밀려 등재가 좌절되고 말았다.
일본은 지난 2015년 10월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등재된 뒤 지난해 5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도 등재 신청되자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일본의 분담금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미국(2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다. 이에 유네스코는 지난 18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나 역사인식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의견을 조율해 공동신청을 하거나 정리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바뀐 규정은 다음 심사인 2019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심사에 앞당겨 적용됐다.
정부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발목이 잡혀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지원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단체 주도로 등재가 추진되자 2014년 여성가족부를 주무 부처로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2015년 12·28 합의 이후 이미 편성해뒀던 이듬해 지원 예산 4억 4000만원을 다른 사업에 투입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도 “민간단체가 추진한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분담금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면서 결국 위안부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보류를 이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외교부는 이미 일본 매체에서 등재 보류 보도가 나오던 시기에도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심사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만 반복했다.
이날 유네스코의 결정에 대해 한국을 비롯해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이 전쟁을 하면서 여성 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문건의 등재를 보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로 바뀐 ‘당사자 간의 대화’ 조항이 추가되면 지금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견지해 온 ‘소실 가능성이 있는 기록물을 보존한다’는 이념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11-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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