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총량 줄인다는 檢, 중앙지검 몸집 불려…검찰개혁 ‘엇박자’

수사총량 줄인다는 檢, 중앙지검 몸집 불려…검찰개혁 ‘엇박자’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26 16:46
수정 2018-01-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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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해 검찰 직접수사 축소’ 기조에 맞지 않아

정부가 비대해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몸집을 불리는 양상이다.

수사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차원이라는 법무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라는 정책 목표와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에 4차장을 신설하고 그 휘하에 범죄수익환수부를 새로 두며 형사부를 1개 추가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 조직개편과 상반기 검사 정기인사를 26일 발표했다.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기존 3차장 산하의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나뉘어 4차장 산하에 배속된다.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1차장 산하의 조사1∼2부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도 4차장 산하로 이동한다.

1∼8부 체제였던 형사부서도 하나 늘어나 형사 9부가 신설된다.

4차장 밑에 새로 배치되는 부서들의 면면을 보면, 범죄수익 은닉과 경제·조세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법무부는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를 4차장 산하에 배치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차장검사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면서 “조세·공정거래 등 분야에서 수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 검찰이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을 꾀하더라도, 새로 생기는 조직만큼 검사 수가 늘어나고 수사량도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는 달리 검찰이 힘을 더욱 강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특별수사 중심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으로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검찰의 주요 부패사건 수사 기능을 넘기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경제·금융 등과 관련된 특별수사에 한정하겠다는 요지였다.

청와대의 방안을 두고도, 검찰의 수사 대상을 좁히긴 했으나 명분만 있으면 ‘중요 사건’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관여할 여지를 남겨둔 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서울중앙지검 개편 결과를 보면, 기존 특수수사 부서는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범죄 관련 수사 부서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의 수사량에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성신여대 법과대학 이성기 교수는 “이런 조직개편을 하려면 이유와 목적을 국민에게 알리고 공감대 속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 설명이 없어 어떤 목적인지 의구심이 생긴다”며 “서울중앙지검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검찰개혁 방향과 배치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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