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중국 ‘폐자원 수입거부…재활용업계 수익성 악화
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아파트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한가득 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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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악화했는데 올해 1월부터 중국이 폐자원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재활용업계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 돈이 되지 않는 품목은 처리하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두 달 전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였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환경 당국은 뒤늦게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형국이다.
재활용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민간 재활용품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폐지나 플라스틱 등을 처리해왔다.
고물상 같은 수거업자들이 재활용품을 걷어오면 재활용품을 품목대로 나누거나 이물질 등을 걸러낸 뒤 가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금속 캔은 제철소나 제강업체로 흘러가 다시 철 제품이 되고, 종이팩은 약품 처리 후 가공을 거쳐 미용 티슈나 두루마리 화장지가 된다. 페트병은 옷걸이나 부직포로 재탄생하고, 플라스틱은 성형 과정을 거쳐 건축용 자재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폐지나 플라스틱 등 소위 ‘돈이 되는’ 품목과 함께 덤으로 처리하는 품목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이었다.
하지만 수거된 뒤 고형 연료로 재활용되는 비닐은 최근 저유가로 돈이 되지 않는 데다 오물이 잔뜩 묻은 채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이를 처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전재범 대성환경 대표는 “비닐은 대부분이 재활용이 불가능할 만큼 오염된 채로 버려져 업계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마이너스’ 품목”이라며 “플라스틱이나 폐지를 재활용하면서 얻는 이익으로 비닐의 처리비용을 충당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폐자원 수입 불가 정책은 업체의 수익성 악화에 불을 질렀다.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 환경보호부는 올해 1월부터 폐자원을 일절 수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던 폐플라스틱은 2017년 1∼2월 2만2천97t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1천774t으로 92%나 줄었다. 폐지 중에서는 골판지 수출량이 2만52t에서 1만635t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세계 최대 폐자원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이 문을 닫아버리자 미국·유럽 등의 재활용 자원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1㎏에 130원이던 폐지 가격은 올해 3월 현재 90원으로 줄었다.
전 대표는 “페트병도 종전까지 ㎏당 750∼800원에 받았는데, 지금은 250∼270원 정도로 3분의 1토막이 났다”고 토로했다.
충남 논산의 재활용 업체에서 근무하는 박 모(58) 씨는 “중국으로 갈 수출길이 막히자 다른 나라들이 국내 가격보다 저렴하게 우리나라로 재활용 자원을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수거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페트병 가격이 ㎏당 550원에서 300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자체 대신 관행적으로 폐자원을 수거·처리하던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 당국은 무신경했다.
재활용업체들이 손을 놓는 순간 시민들의 불편함이 급증할 것은 뻔한 일이었는데도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곳에 따라서는 3월 중순에 비닐·스티로폼의 분리 배출 불가 안내문이 붙었는데도 인제야 수거 업체들을 만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일이 벌어지고 난 뒤 재활용품을 예전처럼 수거하도록 유선상으로는 업체 측에 공지했다”면서도 “실제 만나 간담회를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 김현경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지방에서는 작년부터 이미 같은 문제가 불거져 나왔었다”며 “공동주택과 민간 재활용 업체가 개별 계약을 통해 재활용하던 상황에서 환경부나 지자체는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분리수거가 잘되는 나라로 평가받아 외국에서도 보고 배우러 온다”며 “민간에서 알아서 한다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국내 재활용 실태는 퇴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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