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동료 등 500명 참석…“매 맞는 소방관 없도록 하겠다”
“당신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안녕히 가십시오
3일 전북 익산시 익산소방서 청사에서 열린 여성 구급대원 강연희 소방경의 영결식에서 여성 의용소방대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2018.5.3 연합뉴스
영결식에는 유족과 조종묵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선재 전북소방본부장을 비롯해 소방서 직원, 의무소방대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영전에는 고인이 더는 입을 수 없는 정복과 모자가 놓였다. 옆에는 1계급 특진 추서와 공로장이 차례로 세워졌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와 특진 추서, 공로장 봉정,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봉춘 익산소방서장은 “늘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을 빛내던 당신을 이렇게 홀연히 떠나보낼 줄 알지 못했다”며 “강연희라는 아름다운 별은 졌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은 119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소방경과 함께 근무했던 정은애 인화센터장은 “당신이 떠나고 없는 지금에서야 맑고 고결한 심성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나갔다.
정 센터장은 “이곳에서 무겁고 아팠던 모든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 아름다운 시간만을 안고 가길 바란다. 소방관으로서 당신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우리가 꼭 이루겠다”며 한동안 울먹였다.
동료들은 영결식 내내 비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강 소방경과 함께 근무했던 소방서 직원들은 고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여성 동료는 ‘연희야 왜 네가…’라며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 최모(52) 소방위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 앞에서 북받치는 슬픔을 참으려 애썼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그는 두 손을 굳게 말아쥐고 언제나 훌륭한 소방관이었던 아내의 영정에 끝까지 예를 다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강 소방경을 태운 운구차는 노제를 지내기 위해 고인이 근무했던 인화센터에 머물렀다가 전주 승화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정복을 입은 동료들은 운구차 양옆으로 도열해 강 소방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강 소방경은 지난달 2일 원광대학교 병원 앞에서 40대 취객이 휘두른 손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이로부터 사흘 뒤 구토와 어지럼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4일에는 뇌출혈과 폐부종 진단을 받아 수술했으나 병세가 악화해 결국 지난 1일 숨졌다.
전북도는 시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근무하다 희생한 강 소방경에게 이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 안전을 위해 현장을 지키느라 눈물조차 마음껏 흘리지 못하는 소방대원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며 “소방·구급대원을 위협하는 폭력과 폭언을 근절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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