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성남 자택 앞 회견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결과에 관한 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상고법원 도입 문제와 관련해 특정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먼저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거나 간섭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재판독립을 금과옥조로 삼아 법관으로 42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재판에 관여하고 그럴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재판은 순수하고 신성한 것으로 그것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을 저는 견딜 수가 없다“며 이번 사태가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재판은 흥정거리가 아니며 거래는 꿈도 못 꿀 일“이라고도 했다.
이어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며 ”이번 일로 대법원 재판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면 의구심을 거두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해 재판 결과를 활용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일선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재판에 성향을 나타낸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저는 그런 것을 가지고 법관에 대해 인사상 및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그런 것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시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막지 못해 송구하다“며 일부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후 사태 책임론을 거론하는 취재진에게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특별조사단 조사요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조사가 1년 넘게 세 번 이뤄졌고,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졌다“며 ”400명 정도 사람들이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으면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저는 (특별조사단이) 다 알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도) 내가 (조사받으러) 가야 하느냐“며 추후 추가조사가 이뤄져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어 ”사법부에는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중에서는 저한테 보고 안 되고 넘어가는 것이 훨씬 더 많았다“며 ”그것을 저 혼자 기억하고 소화할 수 없어 일회성 보고나 중요하지 않은 보고는 금방 잊었다“고 말했다.
개별 문건을 두고는 ”문건 내용을 모른다“, ”본 적이 없는데 말하기 어렵다“ 등의 언급을 자주 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문건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었고, 보고를 받았다고 해서 이를 다 기억할 수도 없었다는 취지다.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후 이를 실행하도록 조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상고법원 도입에 누가 반대하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법원 게시판에 (반대글이) 올라와 눈을 감으려 해도 보인다“며 ”대법원장이 그걸 알고도 눈을 감고 있어야 하냐“고 따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하면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한다고 하나? 그때 가서 보겠다“고 반문했다. 취재진이 ‘검찰수사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미냐’고 재차 묻자 ”그때 가서 보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 섞인 감정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이 문건은 있지만 실행된 것은 전혀 없다고 결론 냈는데도 재판이 뭔가 잘못됐다는 방향으로 왜곡 전파됐기 때문에 그것을 들은 법관들은 기가 찰 일“이라며 ”그분들은 아마 대법원장이 왜 그런 사실을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가 하고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두고 특정 재판 결과를 활용해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려 했다는 문건이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이 문건의 작성에 직접 연루됐는지 조사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가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간부와 심의관은 물론 당시 법원 최고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까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원 일각에서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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