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파하고 기억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7년 전 4월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두 사람이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4.16민주시민교육원 내 기억교실을 찾아 서로의 손을 맞잡고 마주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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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기억교실’을 찾은 박솔비(24)씨는 친구들의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약 가져올걸….” 혼잣말을 한 박씨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며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애써 잊고 살다가도 매년 4월만 되면 떠난 친구들이 생각나서 불에 덴 상처를 만지는 것 같아요.”
2014년 4월 16일, 고2 수학여행을 떠나며 탔던 배가 침몰하면서 304명의 희생을 지켜본 단원고 생존자들은 이제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이 됐다. 이들은 미처 아물지 않은 상처에 아파하면서도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인생의 항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세월호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교실’에 노란리본이 걸려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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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2반’ 전혜린(24)씨는 학업에 충실하면서도 과외 5개를 병행하며 독립 비용을 마련했다. 사고 후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치던 전씨는 7년 동안 세월호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사고 기억을 떠올리기가 싫었어요. 단원고 생존자 학생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으니까요.” 전씨는 올해 3월 사고 이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 팽목항에 찾았다. “애써 외면했던 상처가 한꺼번에 밀려왔어요. 그래도 사고 당시의 감정과 마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7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전혜린 씨가 당시 사고로 사망한 2학년 2반 담임선생님 고 전수영 선생님을 기억하는 추모집을 매만지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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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박씨는 3층 식당 앞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배가 급격히 기울어서 발 바로 밑이 물이었어요. 다들 눕다시피 해서 버텼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을 때 어떤 분이 ‘지금 안 나가면 죽는다’며 배 밖으로 뛰어내렸어요.” 박씨는 갑판 벽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4층 갑판에 있는 친구들의 손을 붙잡고 겨우 구명보트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교실 문틀에 ‘애들아 보고싶어♡’라고 쓴 글귀가 있다. 이 공간은 국가의 구조 실패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대로 복원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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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교실을 둘러본 생존자들은 교무실이 어딘지 계속 물었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다. 박씨는 2학년 부장 고 박육근 선생님 자리 앞에 멈춰 섰다. “선생님의 딸이 저와 이름이 같아 저를 딸이라고 부르셨는데….”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희만 그 기억이 아팠던 게 아니었어요. 함께 아파하고 기억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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