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대 열풍 속 이공계 기피…서울대도 물리학 실험 가르칠 조교 없다

[단독]의대 열풍 속 이공계 기피…서울대도 물리학 실험 가르칠 조교 없다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3-10-05 15:43
업데이트 2023-10-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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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1학기 물리 석박 45명 중 27명만 입학
물리 실험 ‘보고서’ 내년부터 빼기로…“과정 내실화”

졸업생들이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후 정문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8.29 뉴스1
졸업생들이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후 정문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8.29 뉴스1


서울대학교가 내년부터 상당수 이공계 학부생이 들어야 하는 필수 교양과목 중 하나인 ‘물리학 실험’에서 실험보고서 작성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학부생들의 실험보고서 작성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할 조교를 맡을 대학원생이 부족해서다.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울대마저 기초과학 분야의 대학원생이 줄어든 영향이다.

5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자연과학대·공과대학 학생회는 교수진, 조교진과 차례로 면담을 거친 뒤 “학생과 조교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리학 실험에서 보고서를 전면 폐지한다”고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수업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려는 조치지만, 대학원생 구인난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작성해야 할 실험보고서 갯수를 줄이고 올해부터 학부생 조교까지 받았음에도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아 교육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실제 이공계 학생들이 기초적인 연구 역량을 쌓기 위한 물리학 실험을 가르칠 대학원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서울대에서 물리를 전공하는 대학원 재학생 수는 2021년 157명, 2022년 145명, 2023년 139명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올해 1학기에도 물리 전공 석박통합 과정 신입생으로 45명을 모집했으나 27명만 입학했다.

물리학 등 기초학문 기반이 약해지면 첨단 분야를 이끌 인재를 키우기도 쉽지 않다. 당장 내년에 신설되는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학생들도 물리학 실험 등을 수강해야 한다.

서울대는 실험보고서 대신 실험 과정 등을 작성하는 랩노트 작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재준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은 “연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 체계를 내실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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