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레지던트 4년 차와 전임의 계약 갱신
과중한 업무 부담과 분위기에 재계약 미지수
이들마저 현장 벗어나면 극심한 의료 대란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한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병원관계자가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등 주요 대학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에 전임의와 교수를 배치해 입원환자 관리와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신규 환자의 예약을 최대한 줄이고, 수술을 30∼50%까지 축소하면서 현재 인력으로 가동한 최대 범위 내에서 병원을 운영 중이다. 일부 병원은 응급실을 교수와 전임의의 ‘2교대 근무’ 체계로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수행하며 진료 공백을 메우는 중으로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주요 병원은 전임의와 교수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펠로 또는 임상강사)다. 이들은 매년 2월 말 기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데 현 사태로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 부담 및 분위기에 흔들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전임의는 “원래 전임의는 1년 계약이니까 사직은 아니고 병원에 남아있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과중한 업무는 차치하고 남아서 일해도 욕만 먹을 수 있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전공의 말년인 ‘레지던트 4년 차’도 집단 사직에 동참하거나 전문의 자격도 포기한 채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말 수련 종료를 앞둔 레지던트 4년 차가 병원에 남게 되면 내달에는 전임의 신분이 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오는 29일 이후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내달 의료현장에 더 극심한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도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우던 전임의마저 이탈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임의, 임상강사들이 지금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업무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환자를 위해서 좀 자리를 지켜주십사 다시 한번 부탁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임상강사는 교수로 정식 채용되기 전 계약제로 일하는 의사들이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아직 전임의들의 움직임이 구체화한 건 없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전임의까지 빠지게 되면 업무 공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수술과 진료를 더 축소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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