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15개 동물단체가 소속된 ‘루시의 친구들’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외국 동물구조단체가 악취가 풍겨 나오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불법 번식장을 찾아 강아지를 구조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강변에서 좁은 길을 따라 수백m만 이동하면 국가 소유의 부지에 지어진 무너져가는 무허가 건축물 밖으로 심한 악취와 함께 개의 울부짖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따금 건물의 작은 구멍 사이로 배설물을 뒤집어쓴 듯한 강아지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작은 틈 사이로 보이는 건물 내부는 ‘생지옥’이었다.
4단으로 적재된 철장 케이지 안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개가 배설물을 밟고 서로의 몸을 부대끼고 있었다.
푸들, 몰티즈, 웰시코기, 포메라니안 등 주로 반려동물가게(펫숍)에서 인기가 많은 견종이었다.
오전 10시 소식을 듣고 번식장 소유주가 나타났다.
이 소유주는 “어렵게 사는 사람한테 왜 그러냐”며 “강아지를 판매하려고 키우는 게 아니고 사랑해서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곳은 불법 강아지 번식장이었다.
이 소유주가 최근까지 강아지들을 경매장에 넘겼던 거래 전표도 발견됐다.
현행법상 허가 받지 않는 강아지 번식장은 경매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동물단체는 소유주가 경남 김해에 소규모 강아지 번식장을 허가받은 뒤 불법 번식장에서 키운 강아지를 합법 번식장에서 키운 것으로 둔갑해 판매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시, 강서구,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불법 거래 정황을 근거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소유주가 소유권 포기 각서를 썼다.
오전 11시 30분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우선 수의사가 긴급히 치료가 필요한 강아지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한 푸들은 출산이 힘든 많은 나이에도 최근까지 출산을 해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상태였다.
한 믹스견은 수의사 확인 결과 두 눈 모두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다리를 심하게 저는 강아지,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심한 저체중을 보인 개들도 있었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많은 강아지 구조 현장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개들이 방치된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당초 180~250여마리의 개들이 이곳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450여 마리가 철장 안에 있었다.
구조작업에만 이틀 이상 걸릴 예정이다.
이날 구조작업이 펼쳐진 인근에는 개 도살장, 불법 개 농장 등 불법 시설물이 여러 곳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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