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졌지만 떠내려온 지뢰 곳곳에, 이번이 세 번째 수해… 전재산 잃어”

“물 빠졌지만 떠내려온 지뢰 곳곳에, 이번이 세 번째 수해… 전재산 잃어”

조한종, 남인우, 한상봉 기자
입력 2020-08-06 22:20
업데이트 2020-08-0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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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폭우’ 철원 동송읍 주민 발 동동
파주 주민 300여명 이틀째 귀가 못해
충북선 충주~제천 30일 이후 임시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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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시내버스 긴박한 구조
침수된 시내버스 긴박한 구조 파주소방서 구조대가 6일 오전 임진강 인근인 경기 파주시 파평면 율곡1리에서 침수된 시내버스에서 고립된 승객과 운전사 5명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물은 빠졌지만 강물에 떠내려온 지뢰가 마을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복구에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6일 오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오덕초교 대피소에서 만난 이길리 주민들은 마을 전체를 덮쳤던 물길이 이날 새벽부터 빠졌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마을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으로 전방 지역에 심어 놓은 지뢰가 급류를 타고 마을 곳곳으로 떠내려 왔기 때문이다. 김종연 이길리 이장은 “군부대 지뢰 탐지 작업이 이뤄진 뒤에야 복구작업이 가능하다”며 외부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이길리 마을은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7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마을 옆 한탄강 지류천 둑이 무너지며 마을 전체 70여 가구가 지붕만 남기고 잠겼다. 세간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주민 몇몇은 진흙 범벅이 된 집을 찾아 흙투성이 가구들을 정리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딸과 함께 집 안을 치우던 장영환(60)씨는 “이 마을에서 평생 살아왔는데 반복되는 물난리에 고향을 떠나고 싶은 심정뿐”이라며 한숨지었다. 인근 오덕리 오덕초교 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1996년과 1999년에도 하천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도 수해로 전 재산을 잃었다”며 허탈해했다.

북한 황강댐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임진강이 다행히 새벽부터 수위가 낮아지면서 연천·파주 주민들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아직 홍수경보가 유지돼 5일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했던 경기 파주 문산읍·파평면·적성면 주민 3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삼탄역. 하루 평균 30여명이 이용하던 간이역은 처참했다. 승강장과 6개 선로는 거대한 진흙밭으로 변해 걷기가 어려웠다. 선로 곳곳에는 거대한 바위와 자갈들이 쌓여 작은 언덕이 만들어졌다. 일부 선로는 지반이 유실되면서 앙상한 모습으로 공중에 붕 떠 있었고, 그 아래로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변영관(53) 부역장은 “2일 배수로가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선로와 대합실이 20여분 만에 물바다가 됐다”며 “1950년대 역이 생긴 이후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중부 지역을 강타한 폭우는 세종시 조치원역~제천 봉양역을 있는 충북선(115㎞) 가운데 충주 동량역~제천 봉양역 구간(22.3㎞)에 큰 상처를 남겼다. 20여곳이 선로침수, 토사유입, 노반유실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범위가 넓은 데다 비까지 계속 내려 오는 30일 이후에나 임시 운행이 가능할 정도다. 완전 복구는 6개월이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선 하루 이용객은 1200명, 충주~제천 구간은 300명 정도다.

철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파주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0-08-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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