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하면 정시비중 확대 전망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제도 개선안 가운데 대학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라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수시에서 수능 위주로 뽑던 우선 선발도 없애라고 권고했다.교육부는 당초 2017학년도에 최저학력기준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수능성적 반영 완화를 권장한다는 선으로 물러섰다. 대입 개선안 발표가 예정보다 일주일 가량 연기되면서 대학 측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의 속사정은 다르다.
중상위권 대학은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지역별, 고교 유형별 학력차가 커 학생부 등급이 같아도 학력수준은 다르다고 본다. 따라서 기존 수시모집에서 상당수 대학이 학생부 등을 중심으로 일단 선발 후보를 추려낸 후에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 사실상 수능 전형으로 운영해왔다.
2014학년도의 경우 대학 신입생의 66.4%가 수시 모집으로, 나머지 33.6%는 정시 모집으로 선발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번 입시안에서 지난 정부와는 달리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 등을 통한 수시 모집 확대를 강조하지 않자 대학들은 정시모집 비중을 조금 높여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기환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수능최저기준 없이 학생부로 학생을 뽑으라고 하면 대학이 수시로 선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시에서 덜 뽑고 정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조교영 경북대 입학본부장은 “새 방안대로라면 대학이 정시 비중을 늘리고 수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수시 3, 정시 7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나 상위권 대학이 정시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정시 비중 확대 전망을 인정하면서도 “수시에서 학생을 선점하는 효과도 있어 대학이 무작정 정시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시에서는 대학이 고교 학력 격차가 반영되지 않은 학생부 대신 논술로 학생들간의 학력을 평가할 것으로 예상돼 논술 전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대학 입장에서 학생부를 봤을 때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뽑아낼 것이 많지 않다”면서 “논술을 정교하게, 변별력이 있게 내는 방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입전형에서 학생부 비중을 늘려 공교육 정상화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이 정시와 논술 위주 전형을 확대하게 되면 결국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같은 문제에 대입전형에서 공교육 연계, 전형 간소화, 사교육 유발 정도 등을 평가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최원회 공주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학에 매우 큰 유인책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고교 내신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서울의 일부 사립대를 중심으로 정시 비중을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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