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논란계기 교과서 검정제도 개선되나

한국사 교과서 논란계기 교과서 검정제도 개선되나

입력 2013-09-12 00:00
수정 2013-09-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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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한국사 포함 검정심사 개선안 연구용역”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편향성 논란에 이어 역사적 사실을 오기하는 등 부실하다는 지적까지 일자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지난 11일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해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8종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히면서 교과서 검정심사 제도 개선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 과목이 되는 등 한국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한국사 교육의 바탕이 되는 교과서에 대해 집필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철저한 검정과정을 거쳐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현행 한국사 검정제도 문제점은

한국사 교과서는 기존에는 다른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검정했지만 2011년부터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아래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가 교육부의 위임을 받아 검정하고 있다.

실제 검정은 국편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검정심의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검정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연구위원 8명, 검정위원 6명으로 이뤄졌다.

연구위원이 오탈자, 내용의 오류 등 역사적 사실 관계에서 문제점을 잡아내는 기초조사를 하고 검정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심사를 한다.

올해는 출판사가 1월 9∼11일 제출한 교과서 9종을 심사해 그 가운데 8종을 추려 5월 10일에 발표했다. 이후 최종 합격 발표일인 8월 30일까지 8종을 만든 출판사가 검정심의위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교과서를 수정하고 이를 다시 검정심의위가 검수했다.

5월 10일 본심사 이후 수정 기간이 있지만 본심사를 통과한 교과서 가운데 최종 검정에서 탈락한 전례는 없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검토는 1월11일에서 5월10일까지 4개월 남짓 기간에 끝나는 셈이다.

검정위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검정위원 중 교사 3명은 교과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실제 내용의 검증은 교수 3명이 맡는다. 이들 교수 3명이 4개월간 교과서 9종의 선사∼고대사, 고려∼조선시대, 근현대사를 나눠 살펴봤다.

예산 부족도 검정 부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국편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출판사가 부담한 돈으로 교과서 검정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했다. 올해의 경우 출판사가 나눠 조성한 1억6천만원을 운영비로 활용했다.

◇교육부 “교과서 검정심사 개선안 용역”

교육부는 이번과 같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교과서 검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일 “연구용역을 줘 교과서 검정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며 “앞으로 당분간은 교육과정이 개정되지 않아 교과서를 검정할 일이 없으므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우선 검정 심사 기간을 늘리고 검정 심의위원을 보강하겠다는 두 가지 개선 방향을 내놓았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논란 과정에서 소수 검정위원이 많은 분량의 교과서를 검증하느라 시간과 일손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교육계에서는 편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인적 구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검정 강화가 곧 정부 통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별도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총은 “교과서 심의위원 선정과 심사기준, 심사절차와 기간 등에 대한 근본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 앞으로 이런 논란이 재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이성호 회장은 “검정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관련 학계의 추천을 받고 검정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잘 따져서 선정해야 공신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검·인정 위원 구성의 절차가 법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데 학계와 교육계 구성원이 고르게 참여할 수 있게 구성 절차를 법령으로 정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검·인정 기관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민족원로회(공동의장 이수성, 이광규, 김동길)에서 ‘한국사 교과서 서술의 기본적 태도’라는 주제발표를 하면서 대통령직속 미래국가교육위원회와 역사교육재단을 설치해 교육과정 및 교과내용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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