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임플란트’ 치과의사 실력이 좌우한다

‘편안한 임플란트’ 치과의사 실력이 좌우한다

입력 2014-05-26 00:00
수정 201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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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전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치과의원에서 위턱 어금니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오모(50·여)씨는 해당 병원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사후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당 의사가 외국 연수차 출국해 그동안 다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그 의사마저 교체됐기 때문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병원의 상호까지 바뀌었다. 임플란트를 한 이후 입술부위에 감각이상을 보였던 오씨는 해당 병원에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의사가 반영구적이라고 선전한 임플란트가 시술 두 달 만에 풀려버린 황당한 일도 있다. 이모(62)씨는 임플란트 시술 두 달 후 나사가 네 번이나 풀려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치아가 빠져 다른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다시 받고 치료비 전액을 환급받았다.

두 사람의 예처럼 임플란트 시술로 부작용을 겪은 사례는 수천여건에 달한다. 치과 시술별 분쟁 가운데 임플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상위권이다. 부작용이 따르지 않는 의료 행위는 없다고 하지만 임플란트의 경우 유독 많아 최근 5년간 소비자 피해상담이 3배 이상 급증했다. 2008~2012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임플란트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만 총 4700여건이 넘는다. 1개당 100만~300만원의 진료비가 드는 고가의 시술인데 반해 부작용이 커 만족도를 보장하기 어려운 셈이다. 임플란트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환자 입장에선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시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일단 의사를 잘 만나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은 수술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치과의사의 시술 능력이 치료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즉 치과 의사의 숙련도와 노하우에 따라 임플란트의 성공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의사의 경력, 시술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다. 특히 시술 전 환자의 구강상태, 치조골 상태, 신경의 위치 등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는 곳인지, 부작용에 대한 사전설명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전신질환이나 병력 등을 고려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좋은 의사를 찾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임플란트는 전문의 제도가 없어 병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의사 경력만으로는 임플란트 시술 능력을 가늠할 길이 없다. 임플란트 관련 전문과목은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주과 등으로 일단 해당 과목을 전공한 의사를 찾아가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부작용 없는 100% 완벽한 임플란트 시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임플란트 환자 대부분은 잇몸 질환과 염증으로 치아의 뼈가 녹아 병원을 찾기 때문에 임플란트를 심을 때 가용할 수 있는 남은 뼈가 그리 많지 않고, 시술 과정에서 자잘한 신경들을 잘라낼 수밖에 없어 신경손상의 위험이 크다.

또 턱뼈에는 큰 신경관이 지나가는데, 이 신경관을 피해 임플란트를 얼마나 깊숙이 심느냐가 관건이다. 가늘고 짧은 임플란트를 심으면 시술이 쉽고 시간이 절약되지만 이씨처럼 두 달 만에 나사가 풀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시술 후 제대로 관리를 못 해도 염증이 생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임플란트 시술로 인한 장점이 부작용 위험성을 상회할 때 임플란트 시술을 권고한다. ‘부작용도 없고 반영구적이니 임플란트 시술을 하세요’가 아니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임플란트를 하면 지금보다는 편해지니 시술을 하세요’가 정답인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소비자에게 마치 치료효과가 보장되는 것처럼 ‘정확한 진단과 시술’, ‘부작용 최소화’, ‘통증 없이’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렴하게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병원을 찾을 것이냐, 기왕 할 것 비싸도 잘하기로 소문난 병원을 선택할 것이냐’는 문제도 난제다. 돈 많은 환자들이야 망설임 없이 일반병원보다 3배 이상 비싸도 임플란트 관련 전문의가 포진한 대학병원을 선택하겠지만, 일반 환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울대 병원의 경우 임플란트 1개당 458만원을 받고 있다.

일반 치과 가운데서도 바가지 상혼 없이 진료하는 병원은 얼마든지 있다. 의사의 경력과 시술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격은 150만~2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최근 임플란트 적정수가를 101만 3000원으로 발표한 보건복지부도 75세 이상 노인의 임플란트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려고 협상을 통해 임의로 정한 가격일 뿐 이른바 ‘권장소비자가격’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족한 수가를 때우기 위해 환자에게 과잉 진료를 해 문제가 된 적도 있어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 병원이 한때 ‘반값 인플란트 치료비’를 내세워 붐을 일으켰지만, ‘저가·저질 의료’ 논란에 휩싸여 제재를 당한 사례도 있다. 인천의 한 치과의사는 “저렴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부작용이 생겨 방문한 환자들을 보면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치아까지 치료를 해놓은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국산과 수입산 중 어떤 임플란트를 쓸지 고민하는 환자도 많지만 답은 없다. 국산 임플란트는 외국산에서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안전성과 연결되는 임상 기간이 짧다. 한국보다 앞서 임플란트를 생산해온 외국의 제품은 가격이 비싸지만 임상 기간은 길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임플란트 식립재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의사를 믿고 보는 수밖에 없다. 특정 브랜드의 임플란트를 고집해 시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 생길 경우 오히려 환자가 그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단순히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 나에게 더 잘 맞는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4-05-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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